사라진 ‘용산 신기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을 ‘괴물’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한강을 가로막고 있는 판상형 아파트를 재배치해 한강으로 열린 경관을 확보하겠다”며 자신의 역점사업인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실현에 독주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경고’나 국회의원들의 거듭된 문제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은 지 2~6년밖에 안 된 서부이촌동의 한강변 아파트까지 허물고 용산차량기지 터와의 통합개발을 고집하며, 한강~용산~남산을 잇는 대규모 개발 청사진을 고집했다.
2010년 10월1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사업이 무산될 위기를 짚거나 통합개발을 반대하는 지적이 잇따랐으나 오 전 시장은 무시와 변명, 또다른 호언으로 일관했다.
최구식 의원(한나라당)은 “사업이 무산될 경우 투자자들은 그동안 넣은 1조원을 날리게 되고 지역주민의 피해도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으나, 오 전 시장 쪽은 “코레일이 랜드마크빌딩을 선매입했다. 조만간 정상 추진될 것”이라고 답했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반대, 삼성물산의 경영권 포기,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이 휘청하던 때였다.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은 “민간사업자가 떨어져나가고…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사업을 철회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추궁했으나, 오 전 시장은 귓등으로 흘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0월 국정감사 때부터 “불과 2년 된 아파트를 철거하면서까지 강행하는 게 너무나 무리 아닌가, 치적 세우기 아닌가”(이재선 의원·자유선진당)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 전 시장의 이런 ‘말잔치’는 재임하던 내내 이어졌다.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용산 개발로 서울을 세계 10위 명품 수변도시로 만들겠다”는 발언은, 2010년 디자인·문화 가치, 용산과 상암디엠시 등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2014년까지 세계 5위로 끌어올리겠다”(11월 외신기자회견)는 말로 부풀었다.
2008년부터 사업 자금난, 경기 침체 등 격랑이 거세지자, 2010년엔 공공개발 가능성까지 열며 오 전 시장은 사업을 고집했다.
2010년 서울시장에 재선한 뒤에도 그는 “재투자가 이뤄지는 2011년쯤 상황이 좋아질 것”(2010년 9월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이라는, 뚜렷한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을 되풀이했다.
용산이 지역구인 3선 국회의원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 진영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오 전 시장이 무리하게 통합개발을 추진한 것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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