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정보 독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국세청 조사국 9명 뇌물
폐쇄적 과정서 ‘수천만원 뒷돈’
과다한 재량권도 비리 원인
“모호한 세법 규정 고치고
국세청 견제장치 필요해”
폐쇄적 과정서 ‘수천만원 뒷돈’
과다한 재량권도 비리 원인
“모호한 세법 규정 고치고
국세청 견제장치 필요해”
서울지방국세청에 대한 경찰 수사로 세무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뇌물수수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대기업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국세청의 한개 팀 전원이 조사 대상 기업한테서 뇌물을 받아 나눠가진 혐의로 입건 또는 기관통보 조처됐다. 폐쇄적인 조사 과정과 세무 공무원들의 과다한 재량권이 이런 비리를 낳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09년 11월부터 2011년 초까지 7개 기업으로부터 3억16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 등)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ㄱ(54) 팀장과 팀원 ㄴ(52)씨·ㄷ(51)씨 등 7명을 입건하고, 이 중 ㄷ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이밖에 70만~80만원을 받은 팀원 2명은 기관통보 조처했고,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기업체 임직원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ㄷ씨는 업체로부터 받은 금품을 팀장 ㄱ씨와 팀원 ㄴ씨 등에게 분배하고 자신은 67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ㄱ씨와 ㄴ씨는 ㄷ씨로부터 상납을 받거나 직접 뇌물을 받아 각각 27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받은 팀원이 1명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이들이 받은 뇌물 중 일부가 윗선에 상납된 정황도 포착돼 경찰은 이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뇌물을 제공한 기업 중엔 유명 사교육업체와 식품회사, 물류·해운회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팀원 중 한명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받으면 혼자 챙기지 않고 팀장-반장-차석-팀원 순으로 직급별로 약간의 차등을 둬 배분했다. 세무 공무원들이 세액 감면을 대가로 먼저 금품을 요구한 정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날 예정됐던 신임 청장 후보자 발표가 연기된 데 이어 서울국세청 조사국의 한 팀 전원의 뇌물수수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온종일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특히 그동안 세무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지적했던 문제점들이 현실로 드러나 더욱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었다.
세무조사 결과는 가끔 보도자료를 통해 매우 간략한 내용만 공개될 뿐이다. 이런 폐쇄성은 법인(혹은 개인)의 세무 정보를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비리를 키우는 폐단을 낳는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세무조사를 하다보면 해석이 애매한 ‘회색지대’가 존재하는데, 대상 업체들이 잘 봐달라며 로비를 하고 팀 전체가 이를 눈감을 경우, 사건이 터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 뇌물을 준 회사 쪽은 세무조사 때 자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향후 세무조사를 대비해 친분을 쌓기 위해 뇌물을 제공했다고 경찰에 밝히고 있다. 한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개인은 그렇다 쳐도 매출액과 이익 등을 공개하는 법인의 세금 정보까지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무조사가 경기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 진행되는 것도 경제 주체의 예측 가능성과 세무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낮춘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7월 ‘세무조사 운영실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현재는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것부터 조사 강도에 이르기까지 국세청 재량에 맡겨져 있다. 애매모호한 세법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세무학)는 “국세청에 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 예컨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일정 비율로 추출해 민간위원들이 적절성 여부를 재심사하는 등의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철 최현준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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