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자살
방에서 숨진채 발견…자살로 추정
평소 또래·가족과 거의 대화 안해
평소 또래·가족과 거의 대화 안해
친구가 거의 없이 외톨이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진 고교생이 집에서 코와 입에 테이프가 감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18일 0시21분께 대구 남구 단독주택 2층 안방에서 ㅎ(16·고교 2년)군이 코와 입 부위에 마스크 모양의 투명한 비닐테이프가 붙은 채 이불 위에 엎드려 숨져 있는 것을 부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ㅎ군의 방 안 쓰레기통에서는 마스크 모양으로 만든 투명한 비닐테이프가 여러개 발견됐다. 현관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외부에서 침입하거나 저항한 흔적,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교사인 아버지(49)와 공무원인 어머니(50)는 지난 16일 오후 3시께 경북 청도군 친척집에서 제사를 지내러 집을 나서 귀가할 때까지 집을 비웠다. ㅎ군은 16일 오후 4시께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는 누나(19·2년)에게 전화를 걸어 컴퓨터게임의 비밀번호 등을 물어본 뒤 ‘안녕’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경찰은 ㅎ군이 17일 새벽 3시~오전 9시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ㅎ군은 지난해 5월 학교에서 시행한 정서행동발달 선별 1차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다. 평소 ㅎ군 상태가 이상하다고 여긴 담임교사가 같은달 2차 검사까지 받게 했지만 역시 뚜렷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 8~10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특이한 점은 없었으며, 비정규직 상담사가 근무하는 위클래스(학교상담교실) 등에서 학교폭력 등의 문제로 상담을 받은 적도 없었다.
ㅎ군이 다니던 고교의 교감은 “무단결석 등 문제행동도 없었다. 다만 말이 거의 없었고 수업을 집중해 듣는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한 명 있었지만, 그다지 절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ㅎ군은 가족과도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으며,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는 등 이따금 이상한 행동을 해 중학생 시절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컴퓨터도 거의 하지 않았고, 자신의 방에서 애완용 거북이를 키우고 있었다.
경찰은 ㅎ군이 우울증·자폐증 등의 증세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숨진 방법이 특이한 점 등을 고려해 유족과 학교 쪽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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