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법무부 차관.
박근혜 정부 5번째 ‘낙마’
‘엽기적 의혹’ 이전과 차원 달라
“청문회 없는 차관…검증 소홀”
“권력실세가 밀었나” 비판 나와
경찰내 파벌다툼까지 드러나
권력기관 대수술로 이어질 듯
‘엽기적 의혹’ 이전과 차원 달라
“청문회 없는 차관…검증 소홀”
“권력실세가 밀었나” 비판 나와
경찰내 파벌다툼까지 드러나
권력기관 대수술로 이어질 듯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그리고 법무부 차관까지….’
21일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사퇴’는 새 정부의 부실인선에 따른 다섯번째 낙마 사례가 됐다. 하지만 김 차관의 사례는 앞서 낙마했던 다른 공직 후보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검증 과정에서 공직을 맡기에 적절치 않은 흠결이 드러난 수준이 아니고, 사정당국의 최고위급인 법무부 차관이 ‘고위층 별장 성접대’라는 엽기적 의혹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특히 민정수석실 등 청와대 검증라인이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실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결정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성추문과 같은 예민한 사안에 대해) 본인이 정색하며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냐. (의혹이) 사실이면 본인이 차관직을 수락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청와대가 김 차관에게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지만, 완강히 부인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에서도 청와대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고, 청와대는 이를 근거로 차관 임명을 강행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침묵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김 차관과 경찰에 당했다’는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는 아침 수석비서관들의 회의에서 김 차관을 계속해서 보호해줄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김 차관 쪽에 ‘수사가 진행중이긴 하지만, 일단 사의를 표시한 상태에서 대응을 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책임론’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김 차관이 인수위 시절부터 친박 쪽에서 선호하는 유력한 총장후보로 거론된 데 이어, 3명의 검찰총장 후보군에서 제외된 이후에는 그를 차관으로 임명했다. 통상 검찰총장보다 낮은 기수를 임명하는 자리에 총장과 동기를 임명하는 비정상적인 인사까지 무릅썼다. 권력의 핵심 실세가 그를 밀었다는 의심과, 청문회가 없는 차관이라는 점을 고려해 검증을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청와대 내부 인사 검증시스템의 허술함과는 별도로, 청와대는 앞으로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른바 ‘성추문 검사 사건’, ‘부장검사 뇌물 수수 사건’ 이후 검찰 고위 간부의 성접대 의혹까지 터지면서 조직 전체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과연 대검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 설치 수준으로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차관급 검사장 규모 축소와 비리 검사 영구퇴출 및 검사 자격심사 강화 등이 한층 강도 높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경찰 조직 내부의 알력과 갈등, 이로 인한 부실보고 등의 폐해도 이번 사안의 파장이 커진 이유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사건 내용을 비교적 소상히 파악하고 있던 경찰 내부의 특정 파벌이 사건 초반에 관련 내용을 제대로 윗선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자신들이 원했던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명되지 않자, 사건을 외부에 알려 김 차관으로 대표되는 ‘검찰’과 ‘현 경찰청장’을 동시에 공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청와대는 이번 사건의 발생과 수사 과정 등을 정밀하게 점검해 후속 조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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