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판단 치우쳐
“검사할 때는 검사가 천직인 줄 알았는데 (2년 해보니) 헌법재판관이 내 천직이더라.”
박한철(60·사법연수원 13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지난 21일 ‘헌재소장이 검사 출신이어도 괜찮은가’라는 우려에 이렇게 답변했다. 하지만 28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한 박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으로 재직할 때 내린 판단은 대체로 보수적이며, 또한 검사의 시각을 담고 있다.
2011년 12월 헌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 기반의 선거운동을 폭넓게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6 대 2 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박 후보자와 이동흡 재판관만 합헌 의견을 냈다. 박 후보자는 “일반 유권자, 정당, 후보자 등이 선거에 영향 미칠 표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쏟아낼 경우 선거가 과열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유로운 소통보다는 관리와 통제가 중요하다는 ‘공안 검사’의 시각이 엿보인다.
이런 대목은 다른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2011년 6월 헌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경찰이 차벽으로 서울광장을 봉쇄한 행위에 대해 시민들의 행동자유권을 침해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동흡 재판관과 함께 합헌 의견을 낸 박 후보자는 “서울광장에서의 불법 집회나 폭력 사태가 발생할 경우 혼란과 위험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차벽 설치는) 사전 예방 조처였다. 불합리한 공권력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금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헌재가 2012년 6월 공무원은 국가 정책에 집단적으로 반대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같은해 7월 교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옛 공직선거법 등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을 내릴 때 박 후보자는 모두 합헌 쪽에 섰다.
박 후보자는 최근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사퇴로 논란이 된 고위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제도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8월 “여러 수단을 강구할 수 있는데도 일률적으로 주식 매각과 백지신탁을 강제하고 있는 것은 최소 침해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서는 의견이 4 대 4로 갈려 합헌 결정이 났다.
개인정보 보호보다 수사기관의 편의를 우선시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8월 헌재는 수사당국의 요청에 따라 통신사업자들이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헌을 각하했다. 헌법상 영장주의를 어겼다는 시비가 일던 조항이었다. 박 재판관은 “강제성을 띠지 않는 조항이라 통신사업자들이 꼭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박 후보자는 동성애, 낙태 등 진보·보수 사이의 오랜 논쟁이 이어져온 쟁점에 대해서도 보수 쪽 견해를 대변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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