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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의 패착…‘성접대 동영상’만 바라보다 수사 삐끗

등록 2013-03-26 20:35수정 2013-03-26 21:14

화질 안좋아 관련자 소환 난관에
참고인도 “김학의 모른다” 말바꿔

건설업자의 로비 여부가 핵심인데
계좌추적·압수수색 등 절차 안밟아
대가입증 등 사실상 수사 원점으로
‘성접대 로비 의혹’ 사건 수사가 일주일 넘게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경찰의 수사 능력과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핵심 물증으로 삼아온 ‘성접대 동영상’이 불분명한 것으로 분석된데다 참고인들의 진술마저 뒤바뀌면서 수사는 난관에 빠진 상태다.

성접대 동영상은 경찰이 사건 관련자들을 소환할 수 있는 핵심 근거였다. 경찰은 이 사건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아무개(52)씨를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경찰서에 성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여성 사업가 권아무개(52)씨로부터 이 동영상을 건네받았다. 촬영자로 의심받는 윤씨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이 모두 동영상의 존재를 부인함에 따라 동영상의 진위가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등장인물을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면서 경찰 수사는 벽에 부닥쳤다. 국과수는 최종적으로 “동영상의 화질이 나빠 등장인물의 동일성 여부 판단은 곤란하나 윤곽선과 형태가 유사해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통보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는 등장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던 권씨의 진술도 힘을 잃게 됐다.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도 뒤바뀌었다.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여성 ㅊ씨는 경찰에서 “김 전 차관을 접대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ㅊ씨는 2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선 “거론되는 유력 인사의 이름을 알지 못하며, (자신은)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을 바꿨다.

핵심 인물인 윤씨는 아직 경찰 조사를 받지도 않았다.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과 참고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혐의를 특정해 윤씨를 소환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윤씨는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접대 의혹은 터무니없는 얘기다. 성접대 동영상을 찍은 일도 없다”며 경찰을 ‘조롱’하는 수준의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핵심 인물인 윤씨를 수사하는 게 기본인데 경찰이 윤씨를 조사할 증거를 확보하거나 혐의를 확정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는 중에 윤씨는 이미 언론에 말을 쏟아내고 있다. 비정상적인 수사”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윤씨 소환 계획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처지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6일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윤씨를 소환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검경 수사권 논쟁 이후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따라서 관련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영장을 받아낼 수 있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또 영장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수사 내용이 검찰에 흘러들어갈 것을 경찰이 걱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이 이처럼 ‘복잡한 계산’에 골몰하는 동안 수사의 기본은 뒷전으로 미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씨의 로비 의혹이 핵심이라면 윤씨의 통화기록과 계좌를 추적하는 동시에 윤씨가 운영한 회사 등을 압수수색해 기본 자료들을 확보한 뒤 윤씨를 소환조사해야 한다. 윤씨로부터 로비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도 같은 방식으로 조사하고 진술이 엇갈리면 대질을 하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 (경찰이) 동영상 하나를 붙잡고 무엇을 하자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박현철 김정필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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