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악연 털고 초청 수락”
재야 시절 경찰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했던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경찰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경찰의 ‘친일 진상’을 스스로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강당에서 직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와 복지국가 시대의 경찰’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친일세력이 해방 후 경찰의 중추가 돼 독립운동가 출신들을 체포, 고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장관은 “경찰이 남영동 대공분실을 인권기념관으로 바꾼다는 소식에 ‘경찰이 여기까지 왔구나’라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도 고마움을 느꼈다”고 말한 뒤 “여기서 몇 발짝 더 나아가, 정통성을 세우는 데 부족한 게 있다면 이를 밝히려는 결단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영동 분실에서 고문받을 당시 ‘왜 내가 고문받아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내게 동정적이었던 한 경찰관이 ‘증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더라”면서 “남영동 분실을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현장 그대로 보존하는 것도 필요한데 이는 부끄러운 역사일수록 직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강연 첫머리에서 “불행했던 과거 때문에 여러분을 만나기 쉽지 않았지만 기쁜 마음으로 경찰의 초청을 수락했다”며 ‘악연’을 털어낸 뒤 ‘고문 기술자’ 이근안씨에 대한 용서의 뜻도 거듭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여주교도소에서 이씨를 면회한 일을 전하면서 “그 때 이씨한테 ‘용서하려는 마음으로 왔다’고만 했을 뿐 정말 용서하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용서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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