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아동·청소년 성매매 ‘함정수사’ 법제화 추진 논란

등록 2013-03-29 19:43수정 2013-03-29 22:19

여성부 “경찰이 청소년 가장
채팅 통해 매수범 유인 방식”
대법원, 2007년 “위법” 판결
법무부쪽도 “유도수사 안돼”
여성가족부가 아동·청소년 성매매 사범 단속을 위해 “경찰의 유도수사 기법 활용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조윤선 여성부 장관은 29일 이런 내용이 담긴 업무추진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여성부 고위 관계자는 “유도수사는 경찰이 청소년으로 가장해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성매수범들을 유인해 수사하는 것이다. 그동안 현장 경찰이 인터넷에서 주로 이뤄지는 아동·청소년 성매매사범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해왔다. 여기에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져 관련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월부터 시행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안은 성을 사기 위해 아동·청소년을 유인하기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청소년으로 가장해 성매수를 유도했을 때 이에 응한 사람은 그 자체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도수사(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의 권한을 필요 이상으로 강화할 뿐 아니라, 국가가 범죄를 유발하는 도덕적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에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다. 대법원은 2007년 “범죄 의도를 가지지 않은 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해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2011년 서울중앙지법도 경찰이 불법 환전이 의심되는 컴퓨터 도박장에 위장 잠입해 지속적으로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할 것을 요구한 끝에 이를 실행한 피시방 업주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여성부가 추진하는 성매매 유도수사 역시 법리상 허용될 수 없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수사의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일부러 범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위험하고 어이없는 발상이다”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이광철 변호사는 “법리 논쟁을 떠나서라도 유도수사 자체가 국가 윤리상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여성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다면 경찰이 실적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성부는 이런 문제점에 대해 관련 부처인 법무부와도 제대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설익은 정책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협의된 게 없다. 의견 요청이 온다고 해도 부정적 입장이지 않을까 싶다. 판례상 그런 유도수사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유도수사는 엄격히 제한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범죄를 범하지 않았을 무고한 시민이 수사기관의 활동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고, 독일과 일본 등도 마약이나 테러 등 중범죄 수사에 한해 제한적으로 유도수사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총리실 산하에 아동인권 보호를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하려고 한다. 형량 강화 문제도 부처가 협의를 잘해서 4대 사회악의 하나로 규정한 성폭력을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이정국 김원철 이경미 기자 jg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박근혜의 4월은 잔인할 것인가
나를 키운 8할은 허접한 B급문화
일본 석학 “일 독도영유권 주장은 어리석음의 극치”
박태환은 돈이 없어 홈쇼핑에 나왔냐고요?
선수협 “손민한 선수 야구복귀 반대 않겠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