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에 호랑이도 뛰놀게 하자”
국제포럼 참석자 아이디어 만발, “영구보전 대책 마련” 한목소리
“50년이 넘도록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비무장지대를 호랑이와 표범이 뛰어 놀고, 멸종 위기에 처한 철새들이 찾아올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만들자!”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킨텍스)에서 16~17일 열린 ‘2005 비무장지대 포럼 국제회의’에 참석한 세계 여러 나라의 생태·환경 전문가들이 비무장지대를 평화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국제두루미재단 조지 아치볼트 이사장은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한강 하구와 철원평야 지역은 지난해 겨울 두루미와 재두루미 수가 1750마리까지 늘어나는 등 두루미 월동지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이들 지역은 남북한이 통일되면 개발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기도 한 만큼 영구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무장지대의 보전에 실패한다면 전세계 재두루미의 50%, 두루미의 25%가 월동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새의 서식지대로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따오기 박사’인 중국의 시융메이 교수는 “한반도, 일본, 러시아에서 이미 멸종된 따오기를 인공번식시켜 비무장지대에 다시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한국에서 따오기는 1990년대 초 경기 일산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뒤 완전히 사라졌으며, 중국에서는 최근 인공번식에 성공했다. 그는 “비무장지대에 따오기가 편안히 쉴 수 있는 곳과 먹이 등 환경을 갖추면 인공번식된 따오기가 예전 서식지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야생동물보호·환경연구실의 호랑이 전문가 드미트리 피크노프 박사는 “20세기 초까지 아무르 호랑이와 표범은 한반도 전역에 걸쳐 분포했지만 지금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호랑이와 표범 서식지로 훌륭한 조건을 갖춘 비무장지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 포럼은 17일 선언문을 통해 “비무장지대 일원의 토지소유권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보전계획에 따른 보상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폭 4㎞, 길이 240㎞에 이르는 비무장지대는 5개의 강과 삼림, 계곡, 습지, 초원, 갯벌 등이 잘 발달돼 있어 표범, 시라소니, 반달가슴곰 등 포유류 50여종과 어류 80여종, 두루미, 저어새 등 조류 230여종, 식물 1100여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
고양/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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