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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케이블방송 하청 설치기사들
잇따라 비정규직 노조 결성

등록 2013-03-31 20:40수정 2013-03-31 22:25

티브로드·씨앤앰 협력사 노동자
“원청 실적강요로 노동조건 열악
다쳐도 산업재해 신청 엄두못내”
ㄱ(37)씨는 공중과 지하를 오가며 작업한다. 낡은 단독주택가에선 전봇대와 지붕 위를 오르고, 오래된 아파트 구역에선 맨홀을 열고 들어가 구정물을 뒤집어쓰기 일쑤다. ㄱ씨는 3년차 케이블방송 설치기사다.

아찔한 위험 앞에서도 여유를 부릴 수 없다. 피디에이(PDA)로는 업무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1시간에 사후서비스(AS) 5건, 설치 1건 정도는 거뜬히 해내야 한다. 작업지침에는 설치 작업에 1시간, 사후서비스에 30분을 할애하도록 돼 있지만, 그저 ‘지침’일 뿐이다. ㄱ씨는 “완벽하게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고로 다쳐도 산업재해를 신청하는 동료는 거의 없다. 지난해 한 동료는 전봇대에 올랐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6개월을 쉬며 제 돈으로 치료를 받아 재입사했다. “계약직 처지에 산재 신청을 회사에서 받아줄 리 있나요?” ㄱ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ㄱ씨는 케이블방송사 소속이 아니다.

ㄱ씨처럼 대규모 케이블방송사의 하청을 받아 일하는 설치기사들이 부당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잇따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희망연대노조는 국내 1위 복수유선방송사업자인 태광그룹 계열의 ‘티브로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24일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를 결성했다고 31일 밝혔다. 수도권에서 가장 큰 복수유선방송사업자인 씨앤앰(C&M)의 20여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도 지난 2월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를 꾸렸다. 티브로드와 씨앤앰은 전체 유선방송 가입자 1480만명 가운데 각각 300만명, 2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업계 1·3위 기업이다.

유선방송 설치기사들의 고용 형태는 개인 사업자, 단기 계약직 등 다양하다. 특히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은 ‘센터’로 불리는 외주업체에 고용돼 있지만 원청의 직접적인 관리를 받는 하도급 구조로 운용돼 왔다. 이종탁 희망연대노조 위원장은 “지역별 티브로드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원청의 성과 관리와 임금이 연동되는,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유선방송 설치기사들은 원청업체의 실적 강요 속에 대부분 영업과 설치, 사후서비스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다. 업무 강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초순까지 유선방송 협력업체 노동자 144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은 하루 평균 9.9시간씩 일하면서도 한달 평균 2.5일밖에 쉬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24.8%는 하루 12시간씩 일한다고 답했다. 처우는 업무량에 미치지 못했다. 응답자의 48.6%는 급여가 200만원이 안 된다고 답했고 56.9%는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업무상 산재가 생겨도 ‘참고 넘어가거나 자비로 치료한다’는 응답이 55.8%나 됐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없다. 티브로드지부 관계자는 “원청업체가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긴커녕 올 들어 실적을 맞추지 못한 설치기사들에게 ‘페널티’(벌금)까지 적용하겠다고 통보했다. 원청업체의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고혈을 쥐어짜기로 한 것이다. 서울고용노동청이 근로감독을 통해 케이블방송 외주업체의 노동법 위반사항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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