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태종(48) · 김남규(47) .사진 평화나눔회 제공
‘반지뢰 평화 캠페인’ 전시회 연
김태종·김남규씨
4일 ‘세계 지뢰 피해자의 날’ 맞춰
예술가 20여명 ‘평화나눔전’ 기획
피해자지원법안 국회 통과 촉구도
김태종·김남규씨
4일 ‘세계 지뢰 피해자의 날’ 맞춰
예술가 20여명 ‘평화나눔전’ 기획
피해자지원법안 국회 통과 촉구도
1980년대말 프랑스 파리 유학시절 만난 두 친구가 ‘반지뢰 평화 캠페인’을 매개로 의기투합했다. 주인공은 비디오아트와 설치 미술 등을 하는 김태종(48·왼쪽) 멀티미디어 작가와 홍보 및 전시기획자인 평화나눔회 김남규(47·오른쪽) 사무총장이다.
두 사람은 지난 29일부터 오는 7일까지 서울 통의동 팔레드서울에서 평화와 지뢰 피해를 주제로 한 전시회 ‘평화 나눔전’을 열고 있다. 김 작가를 비롯한 예술가 20여명이 참여해 그림과 사진, 조각, 비디오아트, 설치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중이다.
전시회는 10여년 전부터 민간인 지뢰 피해를 안타깝게 여긴 김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엔지오(NGO) 활동을 겸하고 있는 그는 “전 세계 지뢰 피해자의 80%가 민간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평소 자연답사를 즐겨해온 김 작가도 지뢰 폐해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매설됐던 지뢰가 빗물에 쓸려 갯펄까지 떠내려와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지뢰는 전쟁 중에 매설되지만 전쟁이 끝나도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어 농부, 어린이 등 민간인이 희생된다”며 마음 아파했다.
김 총장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김 작가는 예술인 섭외에 적극 나섰다. 그는 “평범한 캠페인도 예술로 표현하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예술인의 사회 참여”라고 강조했다.
최근 ‘반지뢰 평화 캠페인’은 세계적인 이슈다. 2년 전 콜롬비아의 작은 시민단체가 ‘그들의 다리가 돼 주세요’(LEND YOUR LEG)라는 캠페인을 펼친 것이 소셜네트워크서비(SNS)를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됐다. 다리가 잘린 것을 상징하기 위해 한쪽 바지를 걷어 올린 다리를 의자 위에 올려놓는 운동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콜롬비아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참여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번 전시회도 지난해 유엔이 정한 ‘세계 지뢰 피해자의 날’인 4월4일에 맞췄다. 평화나눔회는 국제대인지뢰금지조약위원회(ICBL)의 한국지부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한국은 단위 면적당 지뢰 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모든 지뢰를 제거하려면 무려 489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뢰피해자지원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중이지만 통과는 불투명하다. 정치인들이 지뢰 피해의 심각성을 모른 채 민감한 정치군사적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전시회 주제는 무겁지만 전시 작품은 어둡지 않다. 김 총장은 “발목 잘린 모습만 전시하면 너무 끔찍하기 때문에 더 많은 작품은 되레 환한 표정을 담고 있다”고 했다.
김 작가는 “1년 동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뜻있고 보람 있다. 해마다 4월4일을 전후해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02)363-6781.
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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