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커피숍에서 만난 유이관 전 상청회 회장은 “상청회 회장단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라도 정수장학회 항의방문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유이관 전 상청회장 인터뷰
유이관 전 상청회장 인터뷰
▶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요구했던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은 일단 물건너갔습니다. 정수장학회가 최필립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김삼천 새 이사장을 선임했는데요, 김 이사장 또한 상청회를 오랫동안 이끄는 등 ‘친박근혜’ 행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정수장학회 장학생의 모임인 상청회는 그동안 야당으로부터 ‘박근혜 지지 조직’으로 지목받아 왔습니다. 김삼천 이사장의 ‘정수장학회 접수’에 대해 상청회 내부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을까요?
영남대·상청회 10년 선배로서
그 사람 누구보다 잘 안다
개인적으로 아끼는 후배지만
교육계 몸담은 적 없는데
어떻게 장학사업 책임지나
박근혜 대통령 대선 직전엔
관련 없다고 하더니
이제 와 자기 사람 심으면
장학회가 사조직처럼 보일 것
상청회는 정치조직 아니다
대통령 왜 이 문제 못 터는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하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인데, 김삼천은 정수장학회 이사장 될 자격이 없다.” 김삼천 정수장학회 새 이사장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는 마디마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지난해 말까지 상청회장을 지낸 김 이사장이 최필립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정수장학회를 맡게 됐다는 소식에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그는 김 이사장에 앞서 상청회를 이끌었던 유이관(72) 전 상청회 회장이다. 유 전 회장은 김 이사장 선임 소식이 알려진 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바로 직전 상청회장을 지낸 김삼천씨가 ‘장물장학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아, 정치단체도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과도 무관했던 상청회의 명예가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 또 유 전 회장은 김 이사장에 대해 “상청회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던 적 없는 ‘박근혜 해바라기’ 인사로, 장학재단 이사장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졸업한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1961년 영남대 섬유공학과에 입학했다. 정수장학회 장학생으로 선발된 것은 1963년이다. 정수장학회의 당시 이름은 5·16장학회였다. 5·16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고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를 빼앗아 만든 장학회였다. 정수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대학 졸업생의 모임 상청회는 첫 졸업생을 배출한 1966년 12월 출범했다. 서석준 전 부총리(1983년 버마 아웅산 사태 때 순직)와 김기춘, 현경대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상청회 1기였고, 유 전 회장은 강성구 전 <문화방송>(MBC) 사장 등과 함께 상청회 2기 회원이었다. 이후 1983년 제16대 상청회장을 맡았다. 유 전 회장은 “원래 교내 장학금을 받고 있었는데 3학년이었던 1963년부터 학비는 물론 책값까지 주는 등 금액이 훨씬 많았던 정수장학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일과 3일 오후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에 있는 커피숍 등에서 이뤄졌다. 우리가 언제 정치색 띠었다고 이런 데 휘말리나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어떤 사람인가? 또 유 전 회장과는 어떤 관계인가? “내가 김삼천씨의 영남대, 상청회 약 10년 선배다. 김씨가 영남대 화학공학과 71학번인데, 내가 같은 학교 섬유공학과 61학번이었다. 또 김씨를 가르친 교수 가운데 박아무개, 김아무개 교수 등 내 친구도 많기 때문에, 그 사람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상청회 안에서는 기업인의 모임인 상경회와 역대 회장 모임인 자문위원단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김씨는 내가 많이 아끼는 후배일 수밖에 없다. 내가 그렇게 아끼는 후배이기에 더욱 그가 정수장학회를 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왜 김 이사장을 반대하나? “상청회 전체의 명예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상청회가 언제부터 정치색을 띠었다고 이런 논란에 휘말리나. 게다가 김씨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공대를 졸업한 뒤 방림방적이라는 일반 기업에서 십 몇년 근무한 게 사회 경험의 거의 전부다. 교육사업 및 장학사업과 관련한 어떠한 전문적 지식도, 경험도 없다. 친목·봉사단체인 상청회조차 옳게 이끌지 못했는데, 어떻게 장학사업을 책임진다는 말인가.” -김 이사장 자질이 안 된다는 건가, 상청회장을 지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건가? “일단 자질부터 안 된다는 이야기다. 또 이 나라에 인물이 얼마나 많고, 교육계에 오래 몸담았던 명망가는 또 얼마나 많나. 왜 하필이면 상청회장 했던 사람을 시키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 위에서 무슨 연락이 왔을 것 아닌가. 정수장학회 이사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또 김씨를 언제 알았다고 김씨를 이사장으로 밀었겠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지, 이건 박 대통령이 잘못 처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무리수로 이해하나? “무리수지. 누가 보더라도 ‘박근혜 해바라기’ 같은 사람을 앉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안 그래도 장차관 낙마하고 지지율 떨어져서 고생하면서 이런 일까지 손톱 밑 가시처럼 박히면 안 된다고, 이런 이야기가 그의 귀에 들어가야 한다. 국가 전체를 생각해야지 박 대통령이 왜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지 난 그게 답답하다.” 대구 출신인 김 이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영남대를 졸업한 뒤 방림방적에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지냈다. 서강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아, 박 대통령과는 ‘동문’이기도 하다. 2005년 제26대 상청회 회장을 맡아 박 대통령과의 거리를 좁혔고, 2009년엔 한국문화재단의 감사직을 맡았다. 박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청산하기 전까지 32년간 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김 이사장은 박 대통령과 함께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 이사도 맡고 있다. 또 그는 2005년부터 8년간 해마다 개인 한도액인 500만원씩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박 대통령에게 정치 후원금을 내왔다. -박 대통령이 김 이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 “내가 증거를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건 누가 봐도 박 대통령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 지난 대선 직전 이미 한번 말썽이 나서 그때는 정수장학회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자기 사람을 심으면 누가 보더라도 장학회나 상청회를 박 대통령 사조직으로 이해할 것이다. 오해받을 게 뻔한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우리 상청회는 박 대통령에게 영향을 받은 적도, 그의 선거운동을 해준 적도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상청회와 정수장학회, 박 대통령을 아끼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 이외에도 그동안 상청회장 출신으로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았던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옛날에 김귀곤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가 한 적이 한번 있다. 상청회장을 지낸 김 교수가 잠깐 정수장학회 맡았을 때도 말들이 많았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당신이 왜 장학회를 맡느냐, 빨리 내려오라’고 닦달했고, 김 교수는 그것 때문에 결국 장학회에서 손을 뗐다.” 김귀곤 서울대 농대 조경학과 교수는 1963년 정수장학회 첫해 장학금 수령자로 제3대 상청회장을 지냈다. 김 교수는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92년 6월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았는데, 임기 4년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1995년 9월6일 물러났다. 김 교수가 정수장학회에서 물러나기 직전 국회에서는 <문화방송> 지배구조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문화방송의 공영성 강화에 관심을 쏟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종웅 전 의원은 이를 위해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던 문화방송 지분 30%의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5년 7월14일 오인환 공보처 장관을 국회 문공위로 불러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 주식 보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요구했다. 오 전 장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정수장학회를 대표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때까지 정수장학회를 맡고 있던 김귀곤 교수를 ‘대표’로 여기지 않은 것이다. 김 교수는 그로부터 한달 반 뒤 물러났다. 임기가 약 1년 남은 상태였다. 곧바로 후임 이사장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상청회 회원들 대부분 내 의견에 공감
김삼천 이사장이 상청회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고 했는데, 그는 26~27대, 29대 회장을 지냈다. 상청회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던 것 아닌가? “우리 상청회의 회장은 본인이 원하면 대개 두번까지 맡는다. 김씨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때를 떠올려봤다. 당시 28대 회장을 지낸 오성삼씨가 연임하는 분위기였는데, 김씨가 굳이 회장직을 다시 한번 맡고 싶다며 나를 비롯한 역대 회장단을 찾아가 ‘꼭 하게 해달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김씨에게 어떤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했지만 믿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상청회장을 지내며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바로 옆 정수장학회 이사장실이나 드나들며 로비나 했던 것 아닌가 싶다. 그런 사람이 무슨 정수장학회 이사장인가. 이건 말이 안 된다.” -상청회 회원은 약 4만명에 이른다. 김 이사장에 대한 유 전 회장의 개인적 반감 아닌가? “내가 어제(4월1일) 많은 역대 회장·임원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나이가 많고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 직접 목소리 내는 것은 꺼리지만 거의 대부분 내 의견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겨레>에서 직접 상청회원에게 전화를 해봐도 좋다. 상청회원 가운데 김삼천씨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선임에 찬성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는지.” 유 전 회장은 정수장학회의 김삼천 이사장 선임 소식을 듣고 지난 1일 역대 상청회 회장·임원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이랬다. “존경하는 상청동지 여러분. 오십여년간 쌓아온 우리 상청회 이미지가 정치판과 매스컴에 부각되는 게 싫습니다. 상청회 이름으로 김삼천씨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취임 반대 성명을 지상에 발표하고, 장학회 이사진들을 만나 이사장 지명 철회하도록 건의하기를 요청합니다. 하필이면 민감한 이 시기에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하면 김삼천씨 개인적인 영광이야 있겠지만 또 우리 상청·청오회가 장물장학회 운운하며 매스컴과 정치판에서 난도질당하는 게 자존심 상해요. 박 대통령 통치력에도 치명타가 되므로 중립적인 교육자 중에서도 장학재단 운영 경험 있는 자를 추천해야 제3자들도 납득하리라 봅니다. 상청과 청오 후배들께 자긍심을 갖도록 해주는 게 선배들의 도리라 생각되어 제안함. 상청2기 제16대 회장 유이관.” 상청회가 정수장학회 장학금을 받은 대학 졸업생의 모임이라면, 청오회는 재학생의 모임이다. -김성호 회장을 비롯한 현재 상청회 회장단의 뜻은 어떤가? “김 회장, 문한식 수석부회장과도 내가 통화했다. 김 회장은 ‘아이고 회장님, 우리는 그냥 친목단체인데 제가 나설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길래 ‘당신이 못 나서면 우야노, 그럴 거면 회장직 그만둬라’ 하고 끊었다. 문 부회장도 소극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상청회 임원진은 지난해 말 그만둔 김삼천 전 회장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아도 김 전 회장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간 것에 대해 좋아할 사람들이다.” -상청회라는 단체도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야당은 상청회를 ‘박근혜 지지 조직’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조직이 아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은 만큼 우리끼리 십시일반 상청봉사기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친목을 다지는 단체에 불과했다. 나도 1983년 회장을 지낼 때 500만원을 봉사기금으로 내놓았다.” -상청회 홈페이지를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써준 ‘음수사원’이라는 휘호가 있다.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좋은 말이다. 물을 마시며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 아닌가. 어려웠을 때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니 나중에 능력이 된다면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음수사원을 박정희-박근혜 대통령 일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한 말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해석까지는 너무 과도하다. 우리 상청회원 가운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상청회는 거의 매년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이유는 뭔가? “내가 회장을 맡고 있을 때는 그런 행사를 열지 않았다. 그 뒤 생긴 것인데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든 생가를 방문하든 원하는 사람은 가는 것이고, 가겠다면 상청회 차원에서 안내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다만 전체 4만명에 이르는 상청회원 가운데 설립자 생가를 찾는 사람은 많아야 40명 정도다. 전체의 0.1%도 안 되는데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장학재단이라고 해서 꼭 교육 분야 경험이 필요한가?
“우리 정수장학회는 다른 장학회와 다르다. 다른 장학금은 받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런 곳은 누가 맡아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우리 정수장학회는 장학금을 받는 동안 각 학교별 지도교수와 함께 청오회에서 취미와 학술 및 봉사활동을 하고, 졸업한 뒤에는 자동으로 상청회에 가입해서 사회를 위한 봉사를 고민한다. 선배는 모든 정수장학회 후배를 위해 멘토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식을 낳았으면 키워주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이런 장학회인 만큼 재단 이사장의 자질이 중요하다. 신망이 높고 교육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최필립 전 이사장도 교육 분야에 관한 경험은 없었다. 그래도 10년 넘게 이사장직을 맡았다.
“그러니까 여기가 무풍지대다. 그동안 누구 한 사람 간섭하지 않았다. 최 전 이사장도 외무부 공무원 출신으로 정수장학회에 들어와서 10년 동안 뭐 하나 한 것이 없지 않나. 그저 유명무실하게 앉아서 월급만 축내는 사람이었지. 그러다가 결국 (대선 직전) 재단이 갖고 있는 주식을 판다 어쩐다 하다가 야당으로부터 ‘장물장학회’ ‘장물 처분’ 등 공격을 받지 않았나. 우리는 우리대로 화가 나서 한번 모였다. ‘최필립 이사장에게 당장 쫓아가서 물러나라고 이야기하자’는 게 당시 우리 뜻이었다.”
대선 직전 최필립 전 이사장에게 “물러나라”
어떤 사람들이 모였나? 실제로 최 이사장을 만났나? “지난해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추모식 때 동작묘지에 갔다가 현경대, 전영구, 김삼천 등 역대 상청회장 몇 명이 자연스레 만났다. 추모행사를 마치고 서울 방배동에 있는 식당에 모여앉아 ‘정수장학회를 장물장학회라는데 억울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나눴다. ‘장학회에 당장 연락하자’ 이러다가 모인 사람들이 ‘그러면 유 선배가 한번 하세요’ 하길래 내가 최 이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뭐라고 했나? “당신이 왜 이따위 행동을 해서 죄 지은 것도 없는 우리 장학생에게 ‘장물장학회 출신’ 소리를 듣게 하느냐, 당장 물러나라고 말했다.” 최필립 전 이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지난 2월말이었다. “최 이사장은 당시 ‘지금 당장 물러나면 우리 정수장학회가 야당의 정치쇼에 말려들어 정말 박근혜 어용단체로 오해를 받는다. 박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 말도 일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최 이사장으로부터 대선 이후 사퇴 약속만 받아내고 실력행사까지는 하지 않았다.” 김삼천 이사장 선임 문제는 어떻게 풀려야 한다고 보나? “최 이사장이 물러났으니 기회가 얼마나 좋았나. 지난 대선을 앞두고 많은 오해가 있었는데, 이번에 신임 이사장으로 제3의 인물을 하겠다, 그래서 공명정대하게 사회에 환원하겠다 하면 얼마나 돋보이고 인기가 올라가겠나. 나는 박 대통령이 왜 이렇게 (정수장학회 문제를) 털지 못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문제가 있고 오해가 있다면 취소하고 다른 좋은 분을 모시겠다 하면 누가 반대하겠나.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나도 전직 상청회장으로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목소리를 내보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곧 김삼천 이사 선임을 승인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교육청에 따졌다. 재단이라는 곳이 설립 취지가 있는데, 과연 새 이사장이 제대로 된 경로로 추천받았고, 어떤 회의 절차를 거쳐 선임된 건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교육청 관계자는 신상조회 해보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승인해줄 수밖에 없다는 태도였다. 너무 무책임하다.” 만약 김삼천 이사장이 정식으로 취임한다면 상청회 차원에서 별도의 행동도 할 것인가? “나처럼 회장을 지낸 자문위원들이 ‘김삼천 선임 철회’를 요구하면 상청회 회장은 이런 의견을 수렴해서 일단 임원·이사 연석회의라도 열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의 뜻을 다시 확인한 뒤 임시 정기총회라도 열어서 의견을 모은 뒤 결의할 것이 있으면 절차를 밟아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 김성호 회장은 ‘아이고 선배님 우리가 나설 것까지 있습니까’ 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 이건 이상한 거다. 나라도 조만간 상청회를 아끼는 역대 회장 모임을 추진하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정수장학회 항의 방문도 상청회 회장단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라도 움직이겠다.” 인터뷰를 한 것은 지난 2~3일이었다. 유 전 회장 바람과 달리 서울시교육청은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내정자를 신임 이사장으로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김 이사장은 최 전 이사장의 남은 임기를 채울 예정이다. 김 이사장의 임기는 2015년 10월13일까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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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없다고 하더니
이제 와 자기 사람 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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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왜 이 문제 못 터는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하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인데, 김삼천은 정수장학회 이사장 될 자격이 없다.” 김삼천 정수장학회 새 이사장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는 마디마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지난해 말까지 상청회장을 지낸 김 이사장이 최필립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정수장학회를 맡게 됐다는 소식에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그는 김 이사장에 앞서 상청회를 이끌었던 유이관(72) 전 상청회 회장이다. 유 전 회장은 김 이사장 선임 소식이 알려진 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바로 직전 상청회장을 지낸 김삼천씨가 ‘장물장학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아, 정치단체도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과도 무관했던 상청회의 명예가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 또 유 전 회장은 김 이사장에 대해 “상청회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던 적 없는 ‘박근혜 해바라기’ 인사로, 장학재단 이사장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졸업한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1961년 영남대 섬유공학과에 입학했다. 정수장학회 장학생으로 선발된 것은 1963년이다. 정수장학회의 당시 이름은 5·16장학회였다. 5·16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고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를 빼앗아 만든 장학회였다. 정수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대학 졸업생의 모임 상청회는 첫 졸업생을 배출한 1966년 12월 출범했다. 서석준 전 부총리(1983년 버마 아웅산 사태 때 순직)와 김기춘, 현경대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상청회 1기였고, 유 전 회장은 강성구 전 <문화방송>(MBC) 사장 등과 함께 상청회 2기 회원이었다. 이후 1983년 제16대 상청회장을 맡았다. 유 전 회장은 “원래 교내 장학금을 받고 있었는데 3학년이었던 1963년부터 학비는 물론 책값까지 주는 등 금액이 훨씬 많았던 정수장학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일과 3일 오후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에 있는 커피숍 등에서 이뤄졌다. 우리가 언제 정치색 띠었다고 이런 데 휘말리나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어떤 사람인가? 또 유 전 회장과는 어떤 관계인가? “내가 김삼천씨의 영남대, 상청회 약 10년 선배다. 김씨가 영남대 화학공학과 71학번인데, 내가 같은 학교 섬유공학과 61학번이었다. 또 김씨를 가르친 교수 가운데 박아무개, 김아무개 교수 등 내 친구도 많기 때문에, 그 사람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상청회 안에서는 기업인의 모임인 상경회와 역대 회장 모임인 자문위원단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김씨는 내가 많이 아끼는 후배일 수밖에 없다. 내가 그렇게 아끼는 후배이기에 더욱 그가 정수장학회를 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왜 김 이사장을 반대하나? “상청회 전체의 명예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상청회가 언제부터 정치색을 띠었다고 이런 논란에 휘말리나. 게다가 김씨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공대를 졸업한 뒤 방림방적이라는 일반 기업에서 십 몇년 근무한 게 사회 경험의 거의 전부다. 교육사업 및 장학사업과 관련한 어떠한 전문적 지식도, 경험도 없다. 친목·봉사단체인 상청회조차 옳게 이끌지 못했는데, 어떻게 장학사업을 책임진다는 말인가.” -김 이사장 자질이 안 된다는 건가, 상청회장을 지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건가? “일단 자질부터 안 된다는 이야기다. 또 이 나라에 인물이 얼마나 많고, 교육계에 오래 몸담았던 명망가는 또 얼마나 많나. 왜 하필이면 상청회장 했던 사람을 시키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 위에서 무슨 연락이 왔을 것 아닌가. 정수장학회 이사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또 김씨를 언제 알았다고 김씨를 이사장으로 밀었겠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지, 이건 박 대통령이 잘못 처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무리수로 이해하나? “무리수지. 누가 보더라도 ‘박근혜 해바라기’ 같은 사람을 앉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안 그래도 장차관 낙마하고 지지율 떨어져서 고생하면서 이런 일까지 손톱 밑 가시처럼 박히면 안 된다고, 이런 이야기가 그의 귀에 들어가야 한다. 국가 전체를 생각해야지 박 대통령이 왜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지 난 그게 답답하다.” 대구 출신인 김 이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영남대를 졸업한 뒤 방림방적에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지냈다. 서강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아, 박 대통령과는 ‘동문’이기도 하다. 2005년 제26대 상청회 회장을 맡아 박 대통령과의 거리를 좁혔고, 2009년엔 한국문화재단의 감사직을 맡았다. 박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청산하기 전까지 32년간 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김 이사장은 박 대통령과 함께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 이사도 맡고 있다. 또 그는 2005년부터 8년간 해마다 개인 한도액인 500만원씩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박 대통령에게 정치 후원금을 내왔다. -박 대통령이 김 이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 “내가 증거를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건 누가 봐도 박 대통령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 지난 대선 직전 이미 한번 말썽이 나서 그때는 정수장학회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자기 사람을 심으면 누가 보더라도 장학회나 상청회를 박 대통령 사조직으로 이해할 것이다. 오해받을 게 뻔한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우리 상청회는 박 대통령에게 영향을 받은 적도, 그의 선거운동을 해준 적도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상청회와 정수장학회, 박 대통령을 아끼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 이외에도 그동안 상청회장 출신으로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았던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옛날에 김귀곤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가 한 적이 한번 있다. 상청회장을 지낸 김 교수가 잠깐 정수장학회 맡았을 때도 말들이 많았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당신이 왜 장학회를 맡느냐, 빨리 내려오라’고 닦달했고, 김 교수는 그것 때문에 결국 장학회에서 손을 뗐다.” 김귀곤 서울대 농대 조경학과 교수는 1963년 정수장학회 첫해 장학금 수령자로 제3대 상청회장을 지냈다. 김 교수는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92년 6월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았는데, 임기 4년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1995년 9월6일 물러났다. 김 교수가 정수장학회에서 물러나기 직전 국회에서는 <문화방송> 지배구조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문화방송의 공영성 강화에 관심을 쏟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종웅 전 의원은 이를 위해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던 문화방송 지분 30%의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5년 7월14일 오인환 공보처 장관을 국회 문공위로 불러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 주식 보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요구했다. 오 전 장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정수장학회를 대표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때까지 정수장학회를 맡고 있던 김귀곤 교수를 ‘대표’로 여기지 않은 것이다. 김 교수는 그로부터 한달 반 뒤 물러났다. 임기가 약 1년 남은 상태였다. 곧바로 후임 이사장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정수장학회 일지
김삼천 이사장이 상청회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고 했는데, 그는 26~27대, 29대 회장을 지냈다. 상청회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던 것 아닌가? “우리 상청회의 회장은 본인이 원하면 대개 두번까지 맡는다. 김씨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때를 떠올려봤다. 당시 28대 회장을 지낸 오성삼씨가 연임하는 분위기였는데, 김씨가 굳이 회장직을 다시 한번 맡고 싶다며 나를 비롯한 역대 회장단을 찾아가 ‘꼭 하게 해달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김씨에게 어떤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했지만 믿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상청회장을 지내며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바로 옆 정수장학회 이사장실이나 드나들며 로비나 했던 것 아닌가 싶다. 그런 사람이 무슨 정수장학회 이사장인가. 이건 말이 안 된다.” -상청회 회원은 약 4만명에 이른다. 김 이사장에 대한 유 전 회장의 개인적 반감 아닌가? “내가 어제(4월1일) 많은 역대 회장·임원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나이가 많고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 직접 목소리 내는 것은 꺼리지만 거의 대부분 내 의견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겨레>에서 직접 상청회원에게 전화를 해봐도 좋다. 상청회원 가운데 김삼천씨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선임에 찬성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는지.” 유 전 회장은 정수장학회의 김삼천 이사장 선임 소식을 듣고 지난 1일 역대 상청회 회장·임원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이랬다. “존경하는 상청동지 여러분. 오십여년간 쌓아온 우리 상청회 이미지가 정치판과 매스컴에 부각되는 게 싫습니다. 상청회 이름으로 김삼천씨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취임 반대 성명을 지상에 발표하고, 장학회 이사진들을 만나 이사장 지명 철회하도록 건의하기를 요청합니다. 하필이면 민감한 이 시기에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하면 김삼천씨 개인적인 영광이야 있겠지만 또 우리 상청·청오회가 장물장학회 운운하며 매스컴과 정치판에서 난도질당하는 게 자존심 상해요. 박 대통령 통치력에도 치명타가 되므로 중립적인 교육자 중에서도 장학재단 운영 경험 있는 자를 추천해야 제3자들도 납득하리라 봅니다. 상청과 청오 후배들께 자긍심을 갖도록 해주는 게 선배들의 도리라 생각되어 제안함. 상청2기 제16대 회장 유이관.” 상청회가 정수장학회 장학금을 받은 대학 졸업생의 모임이라면, 청오회는 재학생의 모임이다. -김성호 회장을 비롯한 현재 상청회 회장단의 뜻은 어떤가? “김 회장, 문한식 수석부회장과도 내가 통화했다. 김 회장은 ‘아이고 회장님, 우리는 그냥 친목단체인데 제가 나설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길래 ‘당신이 못 나서면 우야노, 그럴 거면 회장직 그만둬라’ 하고 끊었다. 문 부회장도 소극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상청회 임원진은 지난해 말 그만둔 김삼천 전 회장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아도 김 전 회장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간 것에 대해 좋아할 사람들이다.” -상청회라는 단체도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야당은 상청회를 ‘박근혜 지지 조직’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조직이 아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은 만큼 우리끼리 십시일반 상청봉사기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친목을 다지는 단체에 불과했다. 나도 1983년 회장을 지낼 때 500만원을 봉사기금으로 내놓았다.” -상청회 홈페이지를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써준 ‘음수사원’이라는 휘호가 있다.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좋은 말이다. 물을 마시며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 아닌가. 어려웠을 때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니 나중에 능력이 된다면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음수사원을 박정희-박근혜 대통령 일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한 말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해석까지는 너무 과도하다. 우리 상청회원 가운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상청회는 거의 매년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이유는 뭔가? “내가 회장을 맡고 있을 때는 그런 행사를 열지 않았다. 그 뒤 생긴 것인데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유이관 전 상청회장(왼쪽)은 3일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켜 “최필립 전 이사장이 물러났으니 지금이라도 ‘(정수장학회) 신임 이사장으로 제3의 인물을 (선임)하겠다’ 하면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며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어떤 사람들이 모였나? 실제로 최 이사장을 만났나? “지난해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추모식 때 동작묘지에 갔다가 현경대, 전영구, 김삼천 등 역대 상청회장 몇 명이 자연스레 만났다. 추모행사를 마치고 서울 방배동에 있는 식당에 모여앉아 ‘정수장학회를 장물장학회라는데 억울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나눴다. ‘장학회에 당장 연락하자’ 이러다가 모인 사람들이 ‘그러면 유 선배가 한번 하세요’ 하길래 내가 최 이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뭐라고 했나? “당신이 왜 이따위 행동을 해서 죄 지은 것도 없는 우리 장학생에게 ‘장물장학회 출신’ 소리를 듣게 하느냐, 당장 물러나라고 말했다.” 최필립 전 이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지난 2월말이었다. “최 이사장은 당시 ‘지금 당장 물러나면 우리 정수장학회가 야당의 정치쇼에 말려들어 정말 박근혜 어용단체로 오해를 받는다. 박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 말도 일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최 이사장으로부터 대선 이후 사퇴 약속만 받아내고 실력행사까지는 하지 않았다.” 김삼천 이사장 선임 문제는 어떻게 풀려야 한다고 보나? “최 이사장이 물러났으니 기회가 얼마나 좋았나. 지난 대선을 앞두고 많은 오해가 있었는데, 이번에 신임 이사장으로 제3의 인물을 하겠다, 그래서 공명정대하게 사회에 환원하겠다 하면 얼마나 돋보이고 인기가 올라가겠나. 나는 박 대통령이 왜 이렇게 (정수장학회 문제를) 털지 못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문제가 있고 오해가 있다면 취소하고 다른 좋은 분을 모시겠다 하면 누가 반대하겠나.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나도 전직 상청회장으로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목소리를 내보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곧 김삼천 이사 선임을 승인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교육청에 따졌다. 재단이라는 곳이 설립 취지가 있는데, 과연 새 이사장이 제대로 된 경로로 추천받았고, 어떤 회의 절차를 거쳐 선임된 건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교육청 관계자는 신상조회 해보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승인해줄 수밖에 없다는 태도였다. 너무 무책임하다.” 만약 김삼천 이사장이 정식으로 취임한다면 상청회 차원에서 별도의 행동도 할 것인가? “나처럼 회장을 지낸 자문위원들이 ‘김삼천 선임 철회’를 요구하면 상청회 회장은 이런 의견을 수렴해서 일단 임원·이사 연석회의라도 열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의 뜻을 다시 확인한 뒤 임시 정기총회라도 열어서 의견을 모은 뒤 결의할 것이 있으면 절차를 밟아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 김성호 회장은 ‘아이고 선배님 우리가 나설 것까지 있습니까’ 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 이건 이상한 거다. 나라도 조만간 상청회를 아끼는 역대 회장 모임을 추진하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정수장학회 항의 방문도 상청회 회장단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라도 움직이겠다.” 인터뷰를 한 것은 지난 2~3일이었다. 유 전 회장 바람과 달리 서울시교육청은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내정자를 신임 이사장으로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김 이사장은 최 전 이사장의 남은 임기를 채울 예정이다. 김 이사장의 임기는 2015년 10월13일까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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