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소방차 절지키러 ‘출가’
충남소방본부, 논산 관촉사에 27만원에 넘겨
은퇴한 소방차가 절로 가는 까닭은?
충남도 소방본부는 최근 소방펌프차 1대를 충남 논산 반야산에 있는 관촉사에 단돈 27만원에 넘겼다. 1350ℓ용량의 이 소방차는 1988년식으로 앞으로도 여러 해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적 사용 연한을 넘겨 공식 폐기될 운명이었다.
도 소방본부는 나무로 지어진 옛 절집일수록 화재 위험이 크고 화재 때 피해도 심한 점을 감안해 절에 싼 값으로 폐기 운명에 처한 소방차 등 소방장비를 넘기기로 했다. 또 소방차를 불하받은 절에 다달이 소방관들이 방문해 스님들에게 사용법과 차량 정비 기술 등을 전수하기로 했다.
관촉사 주지 태진(51) 스님은 18일 “관촉사에 안치된 부처가 올해 꼭 1천년이 되는데다 보물로 지정돼 있어 보존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이번 소방차 배치로 만약의 사태 때 사찰에서 먼저 화재를 진압할 수 있게 돼 다소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도 소방관계자는 “4월 낙산사가 산불로 큰 손해를 입은 이후 폐기되는 소방 장비를 활용한 초기 진화 방안을 마련했다”며 “올해 5~6곳의 절에 은퇴 소방차를 더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런 소방차는 충남지역과 함께 경남지역 2곳에도 배치돼 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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