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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민주당, 차별금지법안 철회…보수 기독교계 공세에 ‘무릎’

등록 2013-04-21 20:44수정 2013-04-22 08:29

“종북 의원” “동성애 찬양 사탄”
교계, 성·정치견해 문제삼아 반기
하루 수백통씩 항의전화 쏟아져

두 의원 ‘단일안 발의’ 밝혔지만
인권단체 ‘야당 본분 망각’ 비판
“인권을 정치흥정 대상 만들었다”
민주통합당의 김한길·최원식 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법안 발의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에 밀려 법안 발의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인권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1일 김한길·최원식 의원실의 설명을 종합하면, 두 의원은 지난 17일 차별금지 법안을 공동 발의한 동료 의원들에게 법안 철회 동의서를 보낸 뒤 의견을 모으고 있다. 김 의원은 2월12일 같은 당 소속 의원 51명과 함께 성별·나이와 정치적 입장, 성적 지향, 학력 등에 따른 차별의 피해를 구제하는 내용을 담은 ‘차별금지법’을 발의했고, 이어 2월20일 최 의원도 민주통합당·진보정의당 소속 의원 12명과 함께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두 의원은 법안 발의 뒤 ‘주체사상 찬양법’, ‘게이 의원’ 등의 비방에 시달렸다며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두 의원은 공동 발의 의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법안 발의 이후 기독교 일부 교단을 중심으로 법 제정 반대 운동이 격렬하게 전개되었다. ‘주체사상 찬양법’, ‘동성애 합법화법’이라는 비방과 ‘종북·게이 의원’이라는 식의 낙인찍기까지 횡행하고 있다”며 “각각 발의한 법안을 철회하고 재논의를 통한 단일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수 기독교계의 공격은 거셌다. 교계는 특히 차별을 해서는 안 되는 사유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과 ‘정치적 견해’가 포함된 것을 문제삼았다. 대표 발의한 두 의원을 비롯해, 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과 공동 발의 의원들의 사무실에도 3월부터 항의 전화가 많게는 하루에 수백통씩 이어졌다. “종북 의원”, “동성애 찬성하는 사탄”이라는 폭언과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쏟아졌다. “우리 목사님이 전화하라고 했다”며 미국이나 홍콩 등에서 걸려온 국제전화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최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었던 3월26일~4월9일엔 총공세가 쏟아졌다. 주요 포털 사이트나 교계 단체 등의 누리집에는 ‘문자 살포’ 등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위한 행동 요령을 담은 글이 올랐다. 해당 게시물에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죄라고 하거나 타 종교에 구원이 없다고 설교하는 목사님들은 감옥에 가게 된다”거나 “종북세력을 비판조차 할 수 없게 된다”는 등의 내용들이 담겼다.

최 의원은 “(대표 발의한) 나는 버텨도, 공동 발의한 의원들이 지역의 대형 교회에 소환당해 낙선당할 수 있다고 하니 버티기 어려웠다. 차별금지법이 이념 갈등으로 흐르고 있어, 민주당이 민생을 챙겨야 할 지금 이런 구도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참여정부가 2007년 10월 입법예고한 뒤 번번이 기독교계의 반발에 부닥쳐 좌절돼 왔다. 40여개 인권·시민단체 모임인 ‘차별금지법 제정연대’는 논평을 내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확산하는 보수 기독교 세력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조차 차별금지법안을 철회한다면, 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정치적 협상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조혜인 변호사는 “입법 과정에서 원칙도, 의지도, 책임감도 보여주지 못한 민주통합당이 입법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기독교계의 지지만 의식하고 소수자들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지난해 11월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 10명이 공동 발의한 또다른 차별금지법안도 계류중이다. 김 의원은 19일 보도자료를 내어 “근거 없는 왜곡과 비난에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엄지원 송호진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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