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너지 임원 폭행 계기로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목소리 커져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목소리 커져
대한항공 기내에서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소란을 피우며 승무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은 포스코에너지 임원이 보직해임됐다. 포스코에너지는 22일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에 대해 금일 보직해임을 했다. 진상을 파악해 후속 인사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항공사의 꽃’으로 통하는 승무원들의 노동환경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무원들은 장시간 승객들을 응대하는 감정노동으로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이를 호소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대한항공의 한 승무원은 “승객들한테 욕설이나 협박하는 말을 자주 듣지만,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1년에 두번 이상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해당 승무원이 업무에서 제외돼 재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고객의 부당한 요구를 뿌리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요 항공사들은 이른바 ‘블랙컨슈머’의 행태를 △의도적인 업무방해 △부당한 보상 요구 △항공안전 위협 등 유형별로 관리하고 있다.
부당한 보상 요구 사례로는 지난해 7월 제주공항에서 발생한 일이 대표적이다. 제주발 김포행 항공기를 타려던 주부 ㅇ씨는 “제주에 와 골프장에 갔더니 (골프채가) 부러져 있었다”며 골프채 보상(270만원)을 요구했다. 이에 항공사 직원이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고 하자 ㅇ씨는 “야 ××야! 내가 누군지 알아? ○○○ 사장이랑 아는 사람이야”라고 버럭 화를 냈다. 하지만 동료 승객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골프 경기 도중 채가 망가진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ㅇ씨는 “내가 그럼 어거지를 부린다는 거야? 더러운 ××들아, 안 받고 만다”고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업무방해 유형으로는 지난해 11월 미국 시카고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탄 또다른 ㅇ씨의 사례가 꼽혔다. 그는 탑승 전 ‘힌두밀’(힌두교도를 위한 음식)을 신청했다. 하지만 막상 서비스가 되자 “뭐가 나오는지 궁금해서 재미로 신청했다. 그냥 일반 기내식을 달라”고 했다. 또 디저트로 나온 멜론을 두고 “혀로 핥았는데 상했고 세균이 있네. 내가 직접 식약청에 분석을 의뢰할 테니 보관용 얼음을 달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멜론을) 핥기만 했는데 복통이 있으니 약도 가져다 달라”고 했다.
막무가내로 승무원을 붙들고 괴롭혀 항공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로 분류된 경우도 있다. 지난해 10월 타이 방콕에서 인천행 항공기에 탑승한 학생 ㄱ씨는 승무원과 다리를 부딪히자 “발목을 부러뜨려 죽일 셈이에요?”라고 항의했다. 승무원의 사과에도 ㄱ씨는 “내가 죽은 후에도 계속 사과를 하시겠죠? 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방송에서 듣게 될 줄 아세요”라며 승무원과 계속 실랑이를 벌였다.
항공사들은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거짓 주장으로 보상을 바라거나 폭언과 폭행으로 승무원에게 상해를 입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항공사들의 강력한 대처와 함께 국토교통부 등 유관 부처 역시 적극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신적 피해를 당하는 승무원들의 처우 개선에는 소극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이 각각 5700명, 3500명에 이르지만, 두 항공사 모두 승무원들의 심리상담을 위한 ‘정신건강 전문 간호사’는 각각 1명씩만 두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승무원은 “10년가량 일하면서 항공기에서 자살한 승객을 발견한 승무원이 정신과 상담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심리상담을 받은 동료가 거의 없다. 오히려 고객 불만이 접수될까 두려워 운항 때마다 ‘고객 컴플레인 예상건’을 보고하는 환경이 스트레스를 부채질한다”고 말했다. 최성화 민주노총 여성부장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승무원들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 회사의 보호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이완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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