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교직원 공제회인 ‘한국교직원공제회’(왼쪽)와 불법 모방 업체인 ‘대한교직원공제회’(오른쪽) 누리집을 비교한 사진.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진짜 교직원공제회와 이름이 비슷한 가짜 교직원공제회를 만든 뒤 회원으로 가입한 교직원 등을 상대로 공제사업과 상조사업을 벌이며 6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가로챈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대장 김강민)는 가짜 교직원공제회 누리집을 만들어 놓고 1만7000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6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대표 김아무개(41)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공제사업을 맡았던 김아무개(54)씨 등 회사 직원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대표 김씨 등은 지난 4년 동안 불법 교직원공제회 누리집을 운영하며 교직원 1만6200여명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이들로부터 공제사업 명목으로 48억원의 회비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상조사업도 벌이며 교직원과 일반인 등 7700여명을 상품에 가입시켜 상조회비 명목으로 2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표 김씨는 2009년 5월 직원 3명만을 데리고 불법으로 공제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법에 근거해 설립된 유일한 교직원공제회인 ‘한국교직원공제회’와 비슷한 이름의 ‘대한교직원공제회’ 누리집을 만들었다. 전자우편 등으로 홍보해 사람들을 끌어모았고 각종 복리후생사업을 내세우며 회비를 내도록 유인했다.현행 한국교직원공제회법 제6조에는 한국교직원공제회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이걸로도 모자라 회원 가입 절차에 자연스레 계좌정보를 입력하도록 유도한 뒤, 마치 출금동의가 이뤄진 계좌인 것 처럼 금융결제원에 출금을 신청해 돈을 빼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빼낸 돈은 33억5700만원(8308명)이나 됐다.
김씨는 이렇게 회원들을 위해 복리·후생사업 등에 쓰겠다는 공제사업 명목으로 48억원을 끌어모았지만 돈은 거의 적립하지 않았다. 대신 2011년 9월부터 이렇게 걷은 돈으로 직원을 더 고용하고 사무실을 내어 더 큰 돈이 되는 상조사업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조직도 공제회와 상조회로 나누고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명목상의 사장인 ‘바지사장’도 고용했다.
이들은 이렇게 상조사업을 시작한지 1년6개월만에 7700명의 회원을 상조상품에 가입시켜 걷은 20억원을 또다시 상조사업에 투자하며 몸집을 불렸다. 경찰이 이들 사무실을 덥쳤을때 이들의 계좌에 자동으로 들어오는 돈만 한달에 2억7000만원(공제사업 9000만원·상조사업 1억8000만원)에 육박했다. 대표 김씨는 이렇게 모은 돈 가운데 일부(2억1000만원)는 빼내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 누리집에 회원으로 가입한 교직원들로부터 공제사업을 벌인다며 쉽게 회비를 걷을 수 있었던 것은 현금관리서비스(CMS) 제도의 허점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입금 받는 업체가 예금주로부터 출금동의를 받아 금융결제원에 직접 출금신청을 하는 경우, 금융기관에서 별도의 출금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해 돈을 가로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피해자는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회비가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었고,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고 항의하면 김씨 등은 이를 무마하기위해 돈을 바로 돌려줬다. 이들은 상조상품에 가입한 사람이 상을 당하면 “상품에 가입은 했지만 이와는 별도로 세금 200만원이 더 필요하다”며 추가로 돈을 뜯어냈다.
김강민 사이버수사대장은 “금융결제원에 범죄 사실을 통보해 추가 인출을 중단했고 CMS 보증보험을 통해 피해자 보상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CMS 이용자격 심사강화 등 현금관리서비스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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