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앞에서 박유수 대검 관리과장이 중수부 현판을 내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검 중수부 간판 32년만에
침통한 ‘현판 하강식’
전·현직 소속 검사들 참석
“뒤늦은 자각이 아프다”
침통한 ‘현판 하강식’
전·현직 소속 검사들 참석
“뒤늦은 자각이 아프다”
두 손에 흰 장갑을 낀 박유수 대검찰청 관리과장이 ‘중앙수사부’ 현판을 벽에서 떼어냈다. 왼편에 현판을 끼고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줄지어 선 옛 중수부 출신 검사들이 박 과장 옆구리에 들린 현판을 침통한 눈빛으로 좇았다. 1981년 4월24일 출범한 중수부가 32년 만에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다.
23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0층에서 열린 중수부 현판 하강식에는 전·현직 중수부 소속 검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중수부를 대체할 부서의 설계 작업을 맡은 ‘특별수사체계 개편 추진 태스크포스’의 이동열 팀장은 “드높은 자부심 반대편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자라고 있었음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국민의 칼’이 됐어야 할 중수부가 국민의 불신을 받아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는 뒤늦은 자각이 아프다”고 말했다.
중수부 현판은 대검찰청 4층 검찰역사관에 보존된다. 검찰은 앞으로 중수부에 관한 백서를 발간하고, 검찰역사관 안에 중수부 부문을 설치해 중수부의 공과를 남길 예정이다.
중수부의 전신은 1961년 4월9일 출범한 중앙수사국이다. 1973년 1월25일 특별수사부로 이름이 바뀌었고, 81년 4월24일 중앙수사부로 명칭을 바꿨다.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하명하는 사건만 수사해 ‘총장의 칼’로 불렸다.
대검은 이날 중수부가 처리한 주요 사건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냉정하게 평가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박연차 사건(2009년)에 대해선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고,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한보비리 사건(1997년)에 대해선 “‘몸통’이 아닌 ‘깃털’만 수사했다는 비난 등 축소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중수부 폐지에 따른 업무 공백을 줄이고 특별수사체계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 대검에 ‘검찰 특별수사체계 개편추진 태스크포스’를 설치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