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범죄사실 제대로 소명안돼”
경찰 “참고인 진술 일관돼” 반박
‘동생인 검찰간부 영향’ 의혹도
경찰 “참고인 진술 일관돼” 반박
‘동생인 검찰간부 영향’ 의혹도
현직 검찰 간부의 형인 윤아무개(58)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반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로 수사를 받던 도중 국외로 달아났다가 현지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된 인물을 다시 풀어주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범죄 소명이 부족해 보강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고, 경찰은 “참고인 진술이 일관되고 혐의 입증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장영수)는 2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신청한 윤씨의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윤씨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육류 수입·가공업체 대표 김아무개씨의 구속영장도 함께 반려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8일 “윤씨의 범죄 사실이 제대로 소명되지 않아 보강수사를 지휘했다. 국외로 달아난 전력에 비춰 도주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선적으로 혐의 사실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면 영장을 청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2010~2011년 서울 성동·영등포세무서장으로 재직하면서 업체 대표인 김씨한테서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금품과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윤씨는 경찰 수사를 받던 지난해 8월 말 소환 조사를 앞두고 홍콩으로 달아났다가 최근 타이에서 체포돼 25일 국내로 송환됐다. 윤씨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한 직후인 27일 오전 풀려났다.
검찰은 윤씨의 핵심 혐의라고 볼 수 있는 금품 수수 정황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아 구속영장을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뇌물 공여자인 김씨의 소재 파악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돈을 중간에서 전달한 김씨의 직원 진술이 오락가락해서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자료를 더 검토한 뒤 새로운 증거를 찾아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자·참고인들의 일관된 진술이 많다.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금품이 전달된 것으로 판단된다. 혐의 사실이 충분히 소명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외로 도피했다 8개월 만에 붙잡힌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해 수사 초기 윤씨가 검찰 간부와 함께 골프를 쳤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해당 골프장 압수수색을 7차례 신청했으나 6차례 반려된 바 있다. 경찰 안팎에선 윤씨의 동생이 현직 부장검사인 사실이 수사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압력설’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다툼이나 부장검사 형에 대한 봐주기 차원과는 관계가 없다. 구속영장 청구가 명백한 사안이라면 검찰이 비난을 무릅쓰고 영장을 반려했겠느냐. 자칫하면 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잣대로 구속영장 청구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철 김정필 최유빈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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