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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빠 장례식 비용 구해올게” 엄마는 돌아오지 않고…

등록 2013-05-03 10:31수정 2013-05-03 14:06

생활고 시달리던 부부의 잇단 자살
장례식장에는 부부 영정 나란히 걸려
“아빠의 장례식장 비용을 구해올게.”

2일 새벽 3시30분께 황아무개(53·여)씨는 남편의 빈소를 함께 지키던 외아들(17·고2)에게 이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곧 동이트면 발인이었다. 치러야할 장례식장 비용은 500여만원이었지만, 황씨에게 이 만큼의 돈은 없었다.

남편 홍아무개(57)씨는 사흘전인 지난달 29일 오후 3시20분께 가족이 함께 살던 경북 경산시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13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홍씨는 20여년전부터 심혈관계 질환을 앓아오다 정신질환인 공황장애까지 생겼다. 늘 경제적 어려움에 고민이 많았다.

남편의 장례식장을 나온 황씨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남쪽으로 700m 가량을 걸었다. 집에 들어온 황씨는 창문을 열고 베란다에 섰다. 사흘전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다. 황씨는 새벽 어둠 속으로 남편처럼 몸을 던졌다.

외아들은 장례식장 비용을 구하러 간다던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 그는 이날 새벽 5시20분께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어머니를 발견했다. 장례식장 남편 홍씨 영정 옆에는 아내 황씨 영정도 함께 놓였다.

부부는 기초생활수급권자였다.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 102만원과 장애인연금 17만원 등 매달 120만원 가량을 받았다. 3인 가구 기준 최고 한도액이었지만, 부부는 늘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외아들의 뒷바라지까지 해야했지만 부부는 벌이가 없었다. 매달 받은 120만원 남짓한 돈은 부부의 병원비로 빠져나갔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아내 황씨는 정신 2급장애인이다.

아내 황씨는 8남매였지만 이들과 연락이 끊어진 지는 오래였다. 남편 홍씨의 여동생 3명 가운데 2명이 오빠의 죽음 소식을 전해듣고 달려왔다. 2일 혼자 남겨진 아들은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정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경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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