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부산 영일암을 찾아 기부증서를 건네받는 사진. 동국대 제공
부산지역 한 암자의 주지스님이 출가한 이후 모은 재산 6억원을 동국대학교에 기부했다.
동국대는 부산시 기장군 영일암의 주지인 현응스님(75)이 “좋은일에 써달라”며 6억원을 학교에 기부했다고 5일 밝혔다. 스님은 지난 4월말 케이씨씨(KCC) 정상영 회장이 모교인 동국대에 100억원의 기부금을 내놨다는 뉴스를 본 뒤 기부를 해야했다는 마음을 먹고 즉시 학교에 6억원을 송금했다고 동국대는 밝혔다. 기부금 약정서를 쓰고 대학을 찾아와 기부하는 일반적인 관례와 달리 송금부터 한 특이한 사례다.
스님은 2007년에도 사찰 소유 토지가 수용되면서 받은 토지보상금 3억7000만원을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발전기금으로 1억원, 불교텔레비전 발전기금으로 1억원 등 전액 기부한 바 있다. 동국대는 “스님은 휴대전화·신용카드·자동차·인터넷을 쓰지 않아 기장군에선 ‘4무 스님’으로 통한다. 암자 살림을 위해 교통수단으로 마련한 오토바이를 20년 넘게 타고 있다”고 전했다.
현응스님이 주지로 있는 영일암은 특정 종단이나 법인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사찰이다. 스님은 “내가 죽고나면 사찰은 속가의 친척들에게 돌아가겠지만, 빈손으로 출가한 뒤 신도들의 보시로 모은 사찰 재산이 속가 친척들에게 상속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스님은 “출가수행자가 부처님의 자비정신에 따라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권선의 메시지를 준다는 측면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회옥 동국대 총장은 3일 스님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총장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스님께서 사회를 환하게 비추는 매우 뜻 깊은 연등하나를 밝히셨다. 소중하게 큰 뜻을 간직해 인재육성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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