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민간통제선 내에 위치한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의 강령포구 터에서 ‘민통선 분단체험학교’ 체험에 나선 어린이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철책선 뒤로 남북을 잇는 조강 물길이 보인다.
민통선 분단체험학교
초등학생~성인 대상 코스 개발
조선시대부터 전쟁의 참사 해설
“필요성 체험이야말로 산 교육”
초등학생~성인 대상 코스 개발
조선시대부터 전쟁의 참사 해설
“필요성 체험이야말로 산 교육”
물댄 논으로 쏟아지는 봄볕이 눈부셨다. 활짝 핀 배꽃 무더기는 무심하리만치 하얗게 빛났다. 남북관계는 얼어붙었지만 접경의 봄은 한창이었다.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잔류 인원 7명이 모두 돌아온 다음날인 4일 서부전선 최북단에 자리잡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의 ‘민통선 분담체험학교’를 찾았다. 김포 지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9명이 이날 분단체험학교를 신청했다. 봄 나들이에 나선 아이들은 천방지축 뛰어다녔다. 아이들은 평화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한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전쟁은 모니터 속에서 벌어지는 한판 오락에 가깝다. ‘통일’이란 교과서에서 배운 당위일 뿐이다.
민통선 안쪽 용강리에 자리잡은 민통선 평화교회의 이적(56) 목사가 지난달 25일 문 연 사회적기업 민통선 분단체험학교는 조금 다른 통일교육을 지향한다. 이적 목사는 “그동안 접경 지역에서의 공식적인 통일교육은 군부대가 제공하는 땅굴 견학 등 반공 프로그램 위주였는데, 이런 맹목적인 반공·안보 체험에서 벗어나 평화와 통일의 필요성을 전하는 첫 상설 교육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 등은 사회적기업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1년 동안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대상별 체험 코스를 개발하고 배포용 책자를 만들었다.
체험 코스는 병인양요의 기억이 서린 문수산성에서 출발했다. 숙종 20년인 1694년에 쌓은 문수산성은 30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쟁의 긴장이 남아있는 곳이다. 문화재 주변을 철책선이 둘러싸고 있다. 언제적인지 모를 역사를 되짚는 일에 아이들은 딴전만 부렸다.
문수산을 벗어나 민통선 마을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접경지역 체험이 시작된다. “민간통제선이 뭐예요?” 초등학생 아이 하나가 물었다. 접경 지역에 살지만 아이들에게 민간통제선이니, 디엠지(DMZ)니 하는 표현들은 낯설기만 한 모양이었다. 해병대 제8검문소에 이르자 월곶면을 지키는 해병대 2사단 지프차 1대가 체험단의 뒤를 따랐다. 여기서부턴 허가받은 민간인들만 오갈 수 있다. ‘군인 아저씨’가 뒤를 바짝 좇아오자 아이들은 신기한 눈치였다. 아이들은 그제야 ‘민간통제선’의 의미를 알게 됐다.
용강리의 강령포구 터는 1950년 6월 국군과 북한군의 격전이 벌어진 곳이다. “이곳에서 국군 2000여명이 전사했습니다.” 해설사의 설명에 곳곳에서 ‘헉’ 하는 소리가 들렸다. 몇몇은 뒤에 서있던 군인 아저씨에게 고개를 돌려본다. 밟고 선 땅에서 군인 아저씨처럼 젊은 형들이 수없이 스러졌단 사실이 믿기지 않는단 표정이다. 그제야 아이들은 전쟁을 실감하고 경악한다. “앞으로 전쟁이 일어나도 될까?” “아니요.” 뻔한 질문에 뻔한 답이지만 아이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통일을 왜 해야 해요? 통일을 하면 이익이 도대체 뭐예요?” 체험 코스를 마친 뒤 중학생 예진(13)이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통일을 하지 않으면 손해가 뭘까?” 인솔자 중 한 명이 되묻자 예진이가 반사적으로 답했다. “전쟁의 두려움이요.” 제 입으로 말한 뒤 예진이가 배시시 웃었다. “전쟁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통일을 해야겠네요.” 아이들은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김포/글·사진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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