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고 검찰에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자,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3일 “수사지휘권은 행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일 뿐”이라는 해명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를 지휘할 수 있지만,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지휘 방식이다. 법률은 장관의 지휘권을 허용하고 있지만 어떤 절차로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의견전달이고 수사지휘인지 규정하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개별 검사의 인사권을 틀어쥔 법무부 장관이 의견을 낸다는 건 사실상 수사지휘다. 수사에 의견을 내고 싶으면 정식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장관이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의견 제시라는 형식을 띤 사실상의 수사지휘는 ‘촛불 재판’ 개입 논란을 빚었던 신영철 대법관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던 2008년 촛불집회 관련 사건 재판에 간섭하고 선고를 독촉하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형사단독판사들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나 대법원의 ‘엄중 경고’를 받았다.
국회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심사중이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남발을 막기 위해 ‘구두’가 아니라 ‘서면’으로만 사건을 지휘하도록 하자는 게 뼈대다. 수사지휘를 기록으로 남겨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남발을 막자는 것이다.
황교안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상황이 안 되도록 하겠다. 서면으로 하든 구두로 하든 그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휘를 해야 한다면 서면으로 하는 데 공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원철 김남일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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