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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27개월 지향이의 죽음 알고보니…5명의 ‘나쁜 어른들’ 있었다

등록 2013-06-17 20:00수정 2013-06-18 14:47

부모는 돌보지 않고 방치
의사는 검안 않고 “사망”


우유·빵 식탁에 두고 종일 일 나가
뇌진탕으로 계속 잠만 자도 무심
의사, 경찰신고 않고 사망진단서
친엄마·새아빠 구속…의사 등 입건

2010년 12월 대구에서 ‘지향’이가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고모(31)에게 맡겨졌다. 아빠(28)는 일한다며 서울로 갔고 대학생이던 엄마(25)는 아기를 키울 돈을 벌겠다고 했다.

지난해 4월 엄마가 찾아왔다. 고모에게 ‘직접 키우겠다’며 아기를 데려갔다. 엄마는 아기의 아빠가 아닌 다른 남성 김아무개(23)씨와 동거하고 있었다.

17일 대구 달서경찰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엄마와 동거남은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엄마는 식탁에 우유와 빵을 둔 채 일하러 가기도 했다. 기저귀 찬 채로 오랜 시간 혼자 있는 날도 있었다. 엄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였고, ‘새아빠’는 휴대전화 판매원이었다.

지난 2월24일 지향이는 집 계단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 엄마는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아기 머리엔 탁구공 크기만한 부종이 여러개 생겼다. 음식도 잘 먹지 못하고 토해냈다. 뇌진탕 증세로 잠만 잤다.

지향이는 3월16일 화장실에서 넘어지며 또 머리를 부딪혔다. 엄마와 동거남은 그날 저녁 8시께 외출해 다음날 새벽 2시쯤 돌아왔다. 3월18일 밤 9시39분께 의식을 잃은 채로 엄마에게 발견됐다. ㄱ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위에는 음식물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기는 이틀 뒤 숨을 거뒀다. 태어난 지 27개월 만이었다.

의사 박아무개(32)씨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아기의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목욕탕에서 넘어져 다쳤다”는 엄마의 말만 믿었던 탓이다. ‘급성 외인성 뇌출혈로 인한 외인사’라는 게 진단서의 사인이었다.

검안의사 양아무개(65)씨는 주검을 제대로 검안하지 않은 채 시체검안서를 작성했다. 사망 원인란엔 뇌출혈, 사망 종류란에는 병사라고 적었다. 장의차 운전자 김아무개(47)씨는 아기의 검안서가 거짓으로 작성된 점을 알았지만, 그대로 화장장에 냈다. 지향이는 경북지역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변했다.

지향이의 사인은 나중에 할아버지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호소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서야 밝혀졌다. 경찰은 진료기록부 등을 살폈고 전문의로부터 법의학적 소견을 들었다. 주변 사람들의 진술도 확인했다.

경찰은 아픈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및 유기치사)로 지향이의 엄마를 지난 14일 구속했다. 또 동거남 김씨와 의사 박씨, 검안의사 양씨, 장의차 운전자 김씨, ㄱ병원 대표 등 5명은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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