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건립에 예산 20억 다 써
생계·통역지원 등 비용 시급
생계·통역지원 등 비용 시급
1442명. 사상·종교 등의 차이에 따른 박해로 모국에서 도망쳐 온 뒤 한국 정부가 문을 열어주기만 기다리는 난민의 수(2013년 5월 기준)다. 1994년 정부가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국내 난민들의 처우 개선은 더디다는 비판이 높다.
국내 난민인권단체인 난민인권센터는 ‘세계 난민의 날’(6월20일)을 맞아 19일 보도자료를 내어 “오는 7월1일부터 난민 신청자의 처우를 개선할 난민법이 시행되지만, 2013년도 관련 예산 책정은 미흡하다. 정부가 난민 신청자를 지원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올해 법무부의 난민 관련 예산은 20억6900여만원이다. 해당 예산 가운데 19억8000만원은 9월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여는 ‘난민지원센터’의 운영비·시설비·자산취득비 등으로 쓰인다. 4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되는 난민지원센터에는 난민 신청자들이 3개월가량 머물게 된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지난해 1100여명이 난민 신청한 것을 고려할 때, 시설에 들어갈 400명을 제외한 이들과, 시설에서 나온 이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이나 예산이 없어 정책의 실효성이 적다. 난민 인정자의 생계와 주거·의료 지원을 위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민법이 보장하는 난민 인정 절차에서 ‘통역 지원’을 할 예산 마련도 필수적이다. 난민 면접의 특성상 통역이 필요한 언어는 미얀마 친족의 하카어, 방글라데시 줌머족의 차크마어 등 흔치않은 소수 언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법무법인 동천의 김연주 변호사는 “신청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인 난민 인정 절차에선 통역이 중요하다. 국내 체류 중인 난민·이주민 집단이 있는 경우 그 구성원이 통역을 하게 되므로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통역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3년씩 걸리는 난민 인정 심사를 위해 기다리는 대기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이날 발표한 ‘연간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서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2012년 말까지 난민 또는 인도적 체류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은 487명으로 매해 늘어나고 있지만, 난민 신청자(5000여명) 대비 인정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마땅한 직업도, 지낼 곳도 없이 타향을 떠도는 1400여명의 난민들이 여전히 한국 정부의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유엔난민기구는 “2012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760만명이 고향을 잃었다. 이 중 110만명은 국제 난민, 650만명은 자국의 국경을 넘지 못한 실향민이었다. 4.1초마다 새로운 실향민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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