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따라 변해온 장마의 역사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장마는 기간이나 강수량에서는 큰 변화가 없는데, 유독 집중호우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1993~1994년을 최근 기상 변화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를 전후해 기온이나 강수량의 경향이 크게 달라졌다. 가령 1973~1993년 동안 10대 도시의 열대야는 연 평균 5.4일이었지만 1994~2012년에는 11.1일로 크게 늘었다. 여름철 강수량도 1994년 이전에 비해 이후 시기에 15.7%가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장마 기간(6월23일~7월23일)과 장마 이전 기간에는 강수량에 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장마 뒤 기간의 강수량은 1994년 이후 시기에 무려 36.4%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국지성 호우와 태풍 등 영향으로 강수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같은 장마 기간이어도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강수량이 크게 늘어났다. 김재훈 ‘차세대 도시농민융합 기상사업단’ 연구원은 “1994년 이후 장마전선의 남북 진동이 약화된 상태에서 하층에는 고온다습한 공기의 유입이 증가하고 중층에는 차고 건조한 공기의 유입이 증가해 대기 불안정으로 장마기간임에도 호우의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늦여름~초가을 강수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을 장마’가 생긴 게 아니냐는 오해를 하는 경우도 많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맘껏 확장해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북쪽으로 밀려나면 한반도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하지만 8월 중순께 대륙기단이 다시 강화돼 남쪽으로 밀고 내려오면 한반도는 두 기단의 틈바구니에 끼어 9월 중순까지 2차 우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이때는 정체전선에 의한 강수보다는 기압골의 영향이나 지형적 영향으로 국지적으로 발생한 호우일 때가 많아 장마라고 정의하기 어렵다. 기상학적 의미에서 ‘가을장마’는 틀린 말이다.
현대 관측망이 가동된 1973년부터 지금까지 가장 일찍 장마가 시작한 해는 2011년이었다. 이 해 제주와 남부지방은 6월10일에 장마가 시작됐다. 이는 가장 늦게 시작한 1982년 제주(7월5일)와 1992년 남부(7월9일)과는 거의 한달 차이가 난다. 하지만 2011년에 중부지방은 평년보다 약간 빠른 6월22일 장마가 시작됐다. 중부지방에서 가장 일찍 장마가 시작한 해는 1984년(6월15일)이었다.
장마 기간이 가장 짧았던 해는 1973년으로 전국이 6월25일 동시에 장마가 시작해 남부와 중부지방은 6월30일에, 제주는 7월1일에 끝났다. 장마기간이 6~7일에 불과했다. 반면 가장 기간이 길었던 때는 제주의 경우 1998년 6월12일 시작한 장마가 7월28일에야 끝나 47일간 지속됐다. 하지만 이 해 중부(34일)와 남부(35일)는 평년 수준이었다. 전국적으로 긴 장마를 맞았던 해는 1974년과 1980년으로, 45~46일 가량 장마가 지속됐다.
장마 기간 중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으로 전국 평균 703.3㎜의 비가 왔다. 중부지방의 강수량은 무려 785.4㎜에 이르러 연간 강수량(1277㎜)의 61%나 됐다. 이는 가장 비가 적게 온 1973년의 93.6㎜과 견줘 8.4배나 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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