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우리가 처리”
경찰이 ‘옛 안기부 도청 엑스파일’에 나오는 전·현직 법무부·검찰 간부들의 삼성그룹 떡값 수수 의혹에 대해 자체 수사를 벌이려 했으나, 검찰의 사건 이첩 지시로 무산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3일 오전 엑스파일에 삼성의 떡값 전달 대상으로 나오는 전·현직 법무부·검찰 간부 7명에 대해 직접 수사하게 해 줄 것을 요청하는 수사지휘 의견서를 서울지검 공안2부에 냈다. 노혁우 특수수사과장은 “검찰에서 전·현직 법무부·검찰 간부들이 관련된 일을 수사하는 것은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여론에 따라, 엑스파일 내용 중 떡값 전달 부분은 경찰이 철저히 수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검찰에 표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떡값 전달 대상으로 지목된 인사들 외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홍석현 주미대사 등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참여연대가 지난달 고발한 엑스파일 사건을 이미 수사 중에 있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기라고 지시했다.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경찰이 수사지휘를 요구한 사안은 참여연대가 지난달 25일 고발한 내용과 같은 것인 만큼 두 사건을 병합해서 검찰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연루자가 없는 경찰이 수사를 해야 공정성을 확보하기 쉬울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네티즌연대 준비모임’과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현직 검찰 간부 등이 연루된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기 힘들다”며 삼성의 떡값 전달 의혹을 고발해 오자 이들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3차례 진행했다.
황상철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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