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 버려진 쓰레기에 불만
이웃 할아버지 무차별 폭행해
경찰, 살인미수 협의로 기소
할아버지 “쓰레기 버린 적 없다”
이웃 할아버지 무차별 폭행해
경찰, 살인미수 협의로 기소
할아버지 “쓰레기 버린 적 없다”
대구시 동구 ㅇ아파트에 사는 한아무개(56)씨는 평소 동네에서 ‘무서운 아저씨’로 통했다. 술만 먹으면 난폭해져서 같은 동네 주민이나 식당 주인 등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폭력을 휘둘렀다. 한씨의 전과는 폭력 등 무려 40건이 넘었다. 집에서 함께 사는 사람도 있었고 일용직으로 돈도 벌었지만 늘 술을 먹고 사고를 냈다.
동네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섭기만한 한씨였지만, 그는 의외로 나무를 좋아했다. 아파트 공용화단에 포도나무 등을 심어 예쁘게 가꾸는 취미가 있었다. 한씨는 아파트 1층에 살고 있어서 베란다 문을 열면 자신이 가꿔놓은 공용화단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같은 통로 윗층에 사는 누군가가 자꾸만 자신이 가꿔놓은 공용화단에 쓰레기를 버렸다. 휴지도 모자라 달걀 껍데기 등도 날아 들었다. 한씨는 몇번이나 아파트 경비원과 함께 윗층에 사는 주민들을 찾아가 “누가 버린 거냐”고 따졌지만, 버렸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한씨의 스트레스는 늘어만 갔다.
지난 14일 오후 2시께 한씨는 동네 식당에서 혼자 낮술을 먹고 있었다. 자신이 가꿔놓은 공용화단에 누군가가 자꾸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두고 툴툴거리다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욕설을 들은 정아무개(75) 할아버지가 “젊은 사람이 왜 욕을 하느냐”며 한씨를 나무랐다. 한씨가 사는 아파트의 같은 동 3층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였다.
결국 시비가 커져 둘은 식당 뒷마당으로 나가 서로 욕설을 하며 말싸움을 벌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할아버지가 한씨를 때렸다. 공용화단에 누군가가 쓰레기를 자꾸만 버리는데 화까지 나 있었던 정씨는 이성을 잃었다. “당신이 쓰레기를 버린 것 아니냐”며 주먹으로 할아버지를 마구 폭행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의식을 잃었고 주변 사람들이 달려와 한씨를 말렸지만, 한씨는 흉기까지 들고 할아버지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결국 할아버지는 뇌출혈과 골절 등으로 전치 7주의 부상을 입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지난 25일 한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있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한씨가 살해 의도를 갖고 정 할아버지를 폭행한 것으로 보고 폭력이나 상해가 아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피해자인 할아버지는 경찰에 “나는 공용화단에 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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