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사망한 월남민 자녀들이
한국 상대로 낸 소송서 승소판결
한국 상대로 낸 소송서 승소판결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이 남한에서 숨진 아버지와의 친자관계를 인정해달라며 대한민국 법원에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이를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북한 주민 윤아무개(71)씨 등 4남매가 “남한에서 사망한 아버지와의 친자관계를 인정해달라”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북한주민)들이 북한에서 ㄱ씨를 통해 자필로 소송위임장을 작성해 원고 대리인에게 위임한 사실이 분명하므로 원고 대리인의 소송대리권도 인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윤씨의 아버지는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큰 딸만 데리고 월남했다. 이후 재혼했고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큰 재산을 모았다. 아버지는 1987년 사망했고 재산상속 과정에서 아버지가 북에서 데리고 온 큰 딸과 남에서 태어난 이복 형제들간 다툼이 일어났다.
한편 큰 딸은 2000년부터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을 찾기 시작했다. 2008년 미국을 자주 왕래하는 ㄱ씨를 통해 남매들을 찾았고, 아버지의 상속재산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지 의사를 타진했다. 북쪽의 남매들은 장녀에게 재산관리권을 위임했다. 유전자 검사를 위해 자신들의 머리카락과 손톱 샘플도 채취해 보냈다. 채취 과정은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북쪽의 형제들은 남한의 어머니와 이복형제들을 상대로 “아버지가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소유권을 인정해달라”는 별도의 소송도 냈다. 이 소송은 2011년 7월 원고들이 부동산 일부와 현금을 받는 선에서 조정이 성립돼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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