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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총각 사업가”라며 2억 가져간 그, 알고보니…

등록 2013-08-01 17:12수정 2013-08-01 17:54

이런 저런 명목으로 2억여원 빌려가
가져간 돈은 유흥비 등으로 탕진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도 “곧 이혼할게” 거짓말
“미안하다. 내가 살아가면서 갚을게.”

이아무개(37)씨가 애인이었던 김아무개(35·여)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빠, 나는 이해한다.”

김씨는 이씨의 문자에 이렇게 답했다. 둘은 약속 장소를 정해 만나기로 했다.

지난달 23일 밤 11시45분 이씨는 김씨를 만나려고 대구 북구 읍내동 커피숍에 나타났다. 이씨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경찰이었다. 이씨는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애인이었던 김씨에게서 2억원에 가까운 돈을 사기로 뜯어낸 혐의였다.

경찰 말을 들어보면, 이씨와 김씨는 2009년 여름 처음 만났다. 김씨가 운영하던 미용실에 이씨가 손님으로 와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 화근이 됐다. 이씨는 자신을 ‘미혼의 총각 사업가’라고 소개했다. 큰 키에 체격도 좋았고 달변이라 김씨는 곧 호감을 느꼈다. 공교롭게도 둘은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다. 둘의 교제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씨는 2009년 11월부터 김씨에게 “돈이 좀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가기 시작했다. ‘폭력사건으로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등 이유도 다양했다. 결국 김씨는 대출도 받고 가족에게까지 돈을 빌려 이씨에게 돈을 가져다 줬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씨는 이 돈을 유흥비와 손목시계, 금목걸이 등을 사는 데 썼다.

2010년 10월 김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며칠 뒤 이씨가 다른 여성과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과 만나기 전부터 이씨는 그 여자와 사귀던 사이였다. 김씨가 격분하자 이씨는 김씨를 달래기 시작했다. “임신을 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거다. 조금만 기다리면 낙태시키고 이혼하겠다. 나에게는 너밖에 없다”고 구슬렸다. 김씨는 다시 이씨의 말에 넘어갔다. 또 이씨가 요구하는 대로 돈을 건넸다. 그렇게 3년여 김씨가 이씨에게 준 돈은 1억7830만원이 넘었다. 결국 김씨는 파산선고까지 받았다.

이씨는 사업가가 아니라 휴대전화 영업사원인 점도 나중에 알았다. 특수강간과 사기 등 전과가 9건이나 있었다. 이혼은 하지 않았다. 이씨는 김씨가 더 줄 돈이 없는 것을 알았는지, 올해 들어 연락이 끊겼다.

김씨는 지난 5월 대구 강북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이 이씨를 찾고 다니자 이씨는 잠적했다. 택시회사에 취직해 사무실에서 살다시피하며 은신했다. 그러다 이씨는 고소를 취하시킬 목적으로 김씨에게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문자를 보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기가 아니라 김씨가 형편이 어려운 나를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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