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위반 입건만 있어
3 ·1절에도 폭주행위 검거 없어
대규모 단속에 자취 감췄기 때문
3 ·1절에도 폭주행위 검거 없어
대규모 단속에 자취 감췄기 때문
광복절을 한 시간 앞둔 14일 밤 11시. 서울 마포대교 남단에 빨갛고 파란 불빛들이 몰려들었다. “광복절 맞이 폭주족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시작하겠습니다.” 서울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 김홍주 팀장의 신호와 함께 순찰차와 경찰 오토바이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만 522명의 교통경찰들이 동원됐다. 서울로 ‘넘어오는’ 폭주족들을 검거하기 위해 경기경찰청과 사전 공조체계도 구축해 놓았다. 전국적으로 6200명의 경찰과 3700여대의 순찰차·오토바이가 투입됐다. “무엇보다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사항이 무전기를 통해 전달됐다.
3·1절과 8·15 광복절이면 볼 수 있는 경찰의 폭주족 단속은 ‘연례 행사’가 되었지만, 두눈 부릅 뜬 경찰 단속팀을 향해 뛰어드는 용감한 폭주족은 2년째 자취를 감췄다. 마포대교 남단 쌍둥이 빌딩을 출발한 서울 송파경찰서 단속팀이 올림픽대로를 거쳐 석촌동, 가락시장, 서울아산병원, 다시 잠실로 돌아오는 동안 순찰차 속 무전기는 조용했다.
“관내 폭주족들은 이미 다 검거했고, 분당서 넘어오는 친구들만 잡으면 되는데, 요즘은 수가 많이 줄었다. 3·1절 때도 단속했는데, 당시 비가 내린 날씨 탓도 있겠지만, 한명도 없었다.” 송파경찰서 김아무개 경사는 “교통범죄수사과가 올 2월 신설되고 절반 넘게 폭주 발생건수가 줄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올해 3·1절과 지난해 8월15일에도 이날처럼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지만 폭주(공동 위험행위)로 검거된 인원은 한명도 없었다.
밤 12시가 넘어가자 도로는 더욱 한산해졌다. 뻥 뚫린 도로는 순찰차 경광등 불빛으로 가득 찼다. 이아무개 팀장은 “과거엔 영화에서 보듯 폭주족 잡을 때 투망을 던지기도 하고, 무리해서 막 쫓아가기도 했어. 그러다 보니 폭주족도 경찰도 부상자가 속출하는 거야. 그래서 요즘은 캠코더 들고 다니면서 찍은 뒤 경찰서로 부른다”고 말했다. 단속 방법이 변했듯 폭주 스타일도 변했다. 과거엔 수십명이 무리 지어 다니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엔 3~4명 씩 소규모로 몰려 다니는 ‘신개념 폭주’가 대세라고 한다. 얼핏 봐선 이들이 폭주족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같은 시각, 경찰의 대대적 단속을 미쳐 파악하지 못한 ‘순진한’ 10대 두명이 강남 테헤란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다 서울 강남경찰서 단속팀에게 검거됐다. 마포대교 북단에선 오토바이를 타고 자동차전용도로인 강변북로에 진입한 4명의 남성들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 단속팀에 붙잡혔다. 경찰은 새벽 3시까지 이어진 단속 결과 신호위반이나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운전 등 단순법규 위반사례 등 모두 585명을 단속해 48명을 형사입건하고 537명에게 통고처분을 내렸다.
‘공동위험행위’ 혐의로 12명을 입건했으나 이들은 소수로 다니거나 개별적으로 움직여 과거처럼 10명 이상 떼를 지어 거리를 질주하는 ‘전통적 의미’의 폭주족은 검거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홍주 팀장은 “각 경찰서에 교통범죄수사팀을 신설해 강력한 단속을 벌인 결과 도심에서는 사실상 폭주족들이 사라졌다. 주말 단속과 오토바이 압수 조치도 폭주족을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단속에 참여한 한 경찰은 “폭주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오토바이를 압수당하는 것이라 대대적인 검거를 예고하면 이젠 웬만해선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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