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조사 결과 10명 중 7명꼴
강제북송·한국행·가출 등 이유
홀로 남은 아동 최대 6만명 추산
중국 출생 탈북 2세 지원 등 권고
강제북송·한국행·가출 등 이유
홀로 남은 아동 최대 6만명 추산
중국 출생 탈북 2세 지원 등 권고
“엄마는 어디 있니?” 2005년 봄 다섯살이 된 동영(가명·13)이는 집으로 들이닥친 아저씨들의 물음에 아무 의심 없이 손가락으로 벽장을 가리켰다. “엄마는 옷장에 숨었어요.” 북한에서 도망쳐 나온 엄마는 그길로 중국 공안에 끌려가 연락이 끊겼다. 중국인 아버지마저 “돈 벌어온다”며 한국에 간 뒤, 동영이를 돌볼 혈육은 없었다. 아이는 갈 곳 없는 탈북 2세 아이들을 돌보는 종교단체에 맡겨졌다. 나중에야 동영이는 엄마가 자기 때문에 끌려간 것을 알고 통곡했다.
중국으로 도망쳐 나온 탈북 여성들이 현지 남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탈북 2세 어린이들이 열악한 인권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중국 지린(길림)성 등 4개 지역에 사는 중국 출생 탈북 아동 1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은 현재 어머니 없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인권위는 탈북한 어머니의 강제 북송이나 한국행 등으로 중국에 홀로 남은 탈북 아동들이 점점 늘고 있으며 전체 규모는 1만명에서 많게는 6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중국 내 탈북 아동 가정에 대한 인권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당시 부모가 모두 아이를 돌보고 있는 가정은 100가구 가운데 15가구로 15%에 지나지 않았다. 조부모나 친척이 보호하는 어린이가 39%, 어머니나 아버지 한쪽만 돌보는 어린이가 26%였다. 보호할 혈육이 없어 아동보호시설 등에서 지내는 어린이도 20%에 이르렀다.
가족 해체의 원인은 대개 탈북자 신분인 어머니의 불안정한 처지에 있다. 조사 대상 어린이 100명 가운데 71명은 ‘강제 북송’(50.7%), 또는 ‘가난·한국행 등으로 인한 가출’(43.7%)로 엄마를 잃었다. 중국 내 탈북 2세 어린이들은 가정 해체뿐 아니라 가난에 노출돼 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8.6%는 ‘경제적으로 못사는 편’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한국에 입국한 새터민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착금이 지원되지만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 여성의 자녀는 북한이탈주민에 해당하지 않아 동반 입국 때 가산금 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이날 외교부 장관에게 탈북 여성이 강제 북송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하는 한편, 통일부 장관에게 중국 출생 탈북 2세 어린이가 국내에 정착할 때 북한 출생 아동에 준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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