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일본인 통일교 신자가 분신을 기도해 중태에 빠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의 통일교 숙박시설인 청심빌리지(오른쪽 건물)에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차가 저녁 늦게 빠져나오고 있다. 가평/박수혁 기자 psh@hani.co.kr
문선명 총재 1주기 맞춰 초청 방한
가평 외국인 숙소 방 배정 도중
일본 목사에도 시너 뿌려…3명 화상
가평 외국인 숙소 방 배정 도중
일본 목사에도 시너 뿌려…3명 화상
2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의 통일교 시설인 청심빌리지에서 통일교 신자인 50대 일본인 여성이 통일교 목사로 알려진 50대 일본인 남성에게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다. 이들 2명과 옆에 있던 일본인 여성이 온몸에 2~3도 화상을 입어 서울 한강성심병원과 가평 청심국제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시너를 뿌린 여성 등 2명은 중태다.
이들은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1주기 추모식인 23일(음력 7월17일)을 하루 앞두고 일본에서 입국해, 숙소로 쓰이는 통일교 사회복지시설인 청심빌리지를 찾았다. 경찰과 소방 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3시55분께 청심빌리지 1층 로비에서 줄을 서서 방 배정을 기다리던 일본인 여성(54)이 갑자기 시너를 꺼내 자신과 옆에 있던 통일교 일본 교회 목사로 알려진 일본인 남성(53)에게 뿌린 뒤 불을 붙였다. 근처에서 피하다 넘어진 일본인 여성(57)에게도 불이 옮겨붙었다.
시너를 뿌린 여성과 남성은 3도 화상을 입어 중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주위에 있던 한국인과 일본인 등 10여명이 불을 꺼 건물에는 불이 옮겨붙지 않았다.
경찰은 시너를 뿌린 일본인 여성이 평소 우울증 증세로 병원 진료를 받기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통일교 관계자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너를 뿌린 여성이 진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돼야 정확한 사건 경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통일교 관계자는 “시너를 뿌린 여성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현재는 신자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두 명은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입국 경위, 일본 거주 지역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청심빌리지는 사회복지법인 청심복지재단이 실버타운으로 운영하며, 통일교 행사에 참가하는 외국인 신자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차량으로 5분쯤 떨어진 가평군 설악면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선 통일교 창시자인 문 총재 추모식이 23일 오전 10시 일본인 6000여명 등 신자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인근 길거리에는 “전통상속 유업계승! 이제 우리의 몫입니다” 등 추모행사를 알리는 펼침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분신 직후 추모 행사장 주변은 혼란이 빚어졌다. 언론사 취재 차량들이 사고 현장인 청심빌리지 앞으로 몰려들자, 통일교 쪽은 경찰에 차량 통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취재 차량과 추모 행사에 참석하려는 차량들이 뒤엉켜 일대는 극심한 교통혼잡이 벌어졌다. 그러나 분신 이후에도 추모 행사 참석자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은 속속 통일교 쪽 안내를 받아 불을 밝힌 청심빌리지로 들어갔다.
통일교는 문 총재가 지난해 92살로 별세하기 전에 사업 쪽 후계자는 4남 국진(43)씨로, 종교 쪽 후계자는 7남 형진(34)씨로 정리됐다. 이에 대해 3남 현진씨가 반발해 이른바 ‘왕자의 난’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문 총재가 별세하자 4남과 7남도 실권에서 배제되고, 문 총재의 부인인 한학자(70) 총재가 실권을 장악하고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해 교단을 운영하고 있다.
가평/박경만 박수혁 기자, 조현 종교전문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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