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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안에서는 징계 받고 밖에서는 신뢰 높여

등록 2013-08-30 20:15수정 2013-09-01 15:34

<b>황운하 경찰수사연수원장</b>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사건에 대한 수사 축소 의혹과 관련해 당시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 주장.
황운하 경찰수사연수원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사건에 대한 수사 축소 의혹과 관련해 당시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 주장.
[토요판] 커버스토리 ‘문제적 경찰’의 역사
김승연 한화 회장 폭행 사건 때
수사 축소 의혹 비판한 황운하
양천서 고문행위 사건 터지자
지휘부 실적주의 비판한 채수창

경찰은 감봉·파면 징계했지만
“경찰 지휘부가 크게 잘못하면
내부에서 언제든 옳은 목소리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 일깨워줘”

경찰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축소·은폐 외압 사실을 드러낸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에게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 쏟아지는 것은, 그가 경찰 수뇌부의 ‘부당한 명령’에 맞선 경찰이었기 때문이다. 검사는 정부 조직에 딸린 공무원이면서 스스로 법원 등 사법기관에 버금가는 ‘준사법기관’이라고 부른다. 반면 경찰 개개인은 안전행정부 외청 소속 공무원의 성격이 한층 강하다. ‘윗선’에서 부당한 명령이 내려오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조직이 경찰이다.

‘상명하복’과 ‘조직기강’을 강조하는 경찰 내부에서 주요 사건 처리와 관련해 자기 목소리를 냈던 대표적인 인물은 황운하 경찰수사연수원장(경무관)이다.

황운하 원장은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 축소 의혹과 관련해 당시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김승연 회장이 싸우다 맞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폭력조직 서방파의 두목 등을 이끌고 보복에 나선 것이었다. 2007년 경찰은 김 회장이 연루된 폭행 사건을 접수하고도 늑장수사와 사건 축소·은폐에 급급했다. 김 회장의 보복폭행, 경찰의 사건 은폐 사실 등은 이후 언론 보도와 경찰 내부 감찰 등을 통해 대부분 드러났다. 이에 황 원장은 경찰청 공식누리집인 사이버경찰청 게시판에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나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황 원장은 이 사건 관련 논란을 주도한 ‘죄’로 이택순 청장이 요구한 경찰 내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여기서 감봉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대 1기 출신으로 경찰 내부에서 수사권 독립 요구를 주도해온 황 원장은 대전 서부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에도 경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경찰) 지휘부가 수사권 독립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하다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좌천되기도 했다. 그가 ‘경찰의 별’이라 불리는 경무관으로 승진한 것은 2011년 11월 경찰 인사 때였다.

채수창 전남 화순경찰서장은 서울 강북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6월 양천경찰서의 고문·가혹행위 사건과 관련해 경찰 지휘부의 무리한 실적주의를 비판하고 당시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름을 알렸다.

<b>채수창 전남 화순경찰서장</b> 서울 강북경찰서장 재직시 경찰 지휘부의 무리한 실적주의 비판, 당시 조현오 서울 경찰청장의 사퇴 촉구.
채수창 전남 화순경찰서장 서울 강북경찰서장 재직시 경찰 지휘부의 무리한 실적주의 비판, 당시 조현오 서울 경찰청장의 사퇴 촉구.

‘양천서 고문사건’이란 2009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당시 양천서 소속 경찰 5명이 피의자 21명에게 수갑을 채운 뒤 팔을 꺾어올리는 ‘날개 꺾기’ 등 가혹행위를 한 사건을 가리킨다. 채 서장은 이 사건이 문제가 되자 2010년 6월 강북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천서의 가혹행위 사건은 담당 경찰관의 잘못에 못지않게 이런 행위를 하면서까지 실적 경쟁에 매달리도록 조장한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채 서장은 이어 “실적을 강조하는 현 지휘부가 유지되는 한 양천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과 자신의 동반 사퇴를 요구한 것이었다.

채 서장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 청장은 오히려 경찰청장으로 승진했고, 채 서장은 경찰 징계위에서 파면당해 조직에서 쫓겨났다. 파면당한 뒤 식당과 이불매장 등에서 일하던 채 서장은 지난해 2월 행정소송을 통해 경찰 복직에 성공했다. 이후 전남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장을 거쳐 화순경찰서장을 맡고 있다. 황운하 원장과는 경찰대 1기 동기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권은희, 황운하, 채수창 등 세 명의 경찰에 대해 “경찰 조직의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권은희 수사과장과 황운하 원장, 채수창 서장 등은 주요 사건 처리 과정이나 내부의 문제와 관련해 경찰 지휘부가 크게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언제든 옳은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이런 용기있는 경찰의 활약이 있었기에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지금보다 더 추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본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관련기사] 권은희, 대한민국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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