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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내 증권피해 첫 집단소송 이뤄질 듯

등록 2013-09-12 08:09

법원, 도입 8년만에 사실상 첫 허가
대표자 승소땐 다른 피해자도 배상
요건 까다로워 그동안 전례 없어
“소송대리인 자격 완화 등 개선을”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집단소송을 허가하는 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이 결정이 확정되면, 증권거래에서 발생한 집단적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도입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시행 8년 만에 첫 집단소송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는 투자자들이 같은 유형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 그 집단을 대표하는 당사자가 소송에서 이기면 나머지 피해자들도 일괄적으로 배상받을 수 있는 제도지만, 법에서 정한 소송요건이 까다로워 도입 이후 지금까지 한차례도 성사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최승록)는 주가연계증권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김아무개(59)씨 등 6명이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1일 밝혔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면 먼저 법원으로부터 소송허가 결정을 받아야 한다.

김씨 등은 2007년 8월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에 투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 발행으로 생기는 위험을 도이치은행에 넘겼고, 도이치은행은 중간상환일에 주가가 기준 이상이 돼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할 상황이 되자 위험을 회피한다는 구실로 주식을 대량매도했다. 결국 해당 주식은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져 투자자에게 상환할 의무가 없어졌고, 만기일에도 주가가 기준 이하로 떨어져 투자자들은 원금 손해를 봤다.

재판부는 “주가에 인위적으로 영향을 주려고 일시에 대량의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투자자에 대한 상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도이치은행의 대량매도 행위는 부정하게 시세를 변동시켜 주가의 공정한 형성을 방해한, 객관적으로 보아 부정한 대량매도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도이치은행 쪽은 대량매도 행위 이전에 투자자들이 주가연계증권을 매입해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므로,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투자자들이 매매나 거래를 한 게 아니어서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은 부정거래 행위가 투자자들의 거래보다 먼저 존재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주가연계증권은 단발적·일회적인 일반 주식거래와 달리 계속적인 것으로, 매매 이후부터 만기까지 거래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의 허가 요건을 해석할 때는 다수 피해자의 효율적 구제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법원에 5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1건은 소송허가 결정을 한 뒤 곧바로 당사자들이 화해해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화해 결정을 하려면 본안소송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소송허가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다른 1건은 1·2심에서 소송불허 결정이 나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나머지 3건은 1심에서 소송허가 절차가 진행중인데 이 중 하나가 처음으로 허가 결정이 난 것이다.

원고들의 소송을 대리한 김주영 변호사는 “그동안 집단소송 대상 사건이 명백한데도 법원의 형식적인 해석 때문에 가로막혔는데 이를 시정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집단소송 확대 및 활성화 논의는 꾸준히 이뤄져 왔으나 최근 더 활발해지고 있다. 국회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참여연대가 연 집단소송제 관련 토론회에서 법무부 상사법무과 안병수 검사는 “현행 소송요건이 너무 엄격해 실제로 활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대표당사자 및 소송대리인의 자격제한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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