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형사재판 모두 마무리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참사’ 당시 큰 부상을 입은 철거민 김아무개(54)씨와 지아무개(43)씨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고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용산참사 관련 형사재판은 모두 마무리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권기훈)는 12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와 지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안이 중하고 범행의 조직성·계획성, 피해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을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농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았고 망루 설치에도 관여하지 않은 점, 두 사람 모두 망루에서 추락해 각각 지체장애 4급·5급의 영구장애가 남은 점, 현재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당시 입은 부상이 심해 치료를 받느라 다른 철거민들과 따로 재판을 받아왔다. 당시 구속된 이충연씨 등 철거민 8명은 2010년 대법원에서 징역 4~5년의 실형을 확정받았고 올해 1월29일 이명박 정부가 특사를 단행하면서 5명이 사면됐다.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5년과 벌금 100만원이 확정된 남경남(59) 전 전국철거민연합 의장만 현재 복역중이다.
선고 뒤 법정을 나서는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관계자들의 얼굴은 밝았다. 올해 1월 특별사면된 이들은 더욱 안도하는 듯 보였다. 김씨도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졌을 때 기뻐서 소리 지를 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기쁠 수만은 없다. 참사 전 지씨가 식당을 운영했던 서울 중구 순화동의 재개발 갈등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씨는 “집행유예 선고를 통해 어깨를 짓누르던 두 개의 짐 중 하나는 내렸다. 나머지 하나의 짐은 순화동 재개발이다”라고 말했다. 김씨와 지씨는 “용산참사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보상도 없었다. 철거민에게 책임을 떠넘겼지만 누가 불을 냈는지조차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생계도 막막하다. 김씨와 지씨는 지난 5년 동안 치료비로 각각 1억원이 넘게 들어갔다고 했다. 이들은 “진상규명위가 생계를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금속가공업체를 꾸리던 김씨는 두 딸이 벌어 온 돈으로 생활하고, 지씨도 아내의 시간제 벌이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간다. 김씨는 “앞으로도 이 몸으로 뭘 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는 “당사자 두 분의 뜻에 따라 상고는 하지 않지만, 재심을 통해 반드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김효진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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