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밤 9시께, 이성한 경찰청장의 방문을 앞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파출소는 분주한 모습이었다. 파출소 소속 경찰들은 무기고를 열어 총기 등을 점검했고, 일부는 사건·순찰일지와 업무보고서 등에 빠진 내용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다.
이성한 청장은 이날 밤 10시께 대림파출소를 찾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치안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림동 일대는 중국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들끼리 집단 패싸움을 벌이는 등 다른 지역에 견줘 위험요소가 많다. 추석 연휴를 대비해 치안과 경찰관들의 근무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 방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대림파출소에서 김진문 소장으로부터 1시간가량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어 11시부터 경찰들이 순찰 때 입는 외근조끼와 권총, 무전기, 수갑 등을 착용하고 지하철 대림역과 구로디지털단지역, 대림시장 인근의 ‘여성안심귀갓길’ 순찰에 나섰다. 황성찬 경찰청 생활안전국장과 남병근 영등포경찰서장, 김진문 파출소장 등이 함께 했다. 여성안심귀갓길은 늦은 밤시간 여성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경찰이 특별 관리하는 지역이다. 경찰청은 범죄발생 위험이 높은 골목길 등을 대상으로 순찰인력을 늘리는 등 경찰력을 강화해 추석명절 기간동안 안심귀갓길을 집중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순찰 도중 영등포경찰서가 운영하는 ‘포돌이 톡톡’ 카드를 직접 다가구주택 출입문 등에 걸기도 했다. 포돌이 톡톡은 경찰이 야간 순찰을 하면서 주민들의 집 앞에 경찰이 다녀갔다는 것을 알리는 문고리모양의 방범순찰카드다. 이 청장은 순찰 중인 경찰들에게 “요즘은 경찰과 주민과의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 순찰차도 작은 골목길은 안다니고 큰 길만 다니는데, 이렇게 해서는 주민과 호흡하는 경찰이 되기 힘들다. 지역 주민들에게 ‘경찰이 우리와 함께 있고 우리를 지켜준다’는 확신과 신뢰를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다음날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는 신고를 받고 직접 112 순찰차에 올라 직접 신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가정폭력으로 파출소에 온 부부를 경찰이 화해시키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 청장은 “이번 현장 방문을 통해 느낀 점과 경찰들의 건의사항을 바탕으로 앞으로 현장 중심·국민 체감 중심의 치안정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