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상대 ‘작업’ 9억 뜯은 4명 구속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돈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을 도박판에 끌어들여 사기도박 등으로 수억원씩을 뜯어낸 혐의로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재력가들을 상대로 사기도박 등을 벌여 9억여원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배아무개(55)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김아무개(53)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이아무개(63)씨 등 달아난 2명을 쫓고 있다.
경찰 발표를 종합하면, 배씨 등은 2010년 7월 경남 통영에서 수산물 중개사업으로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진 ㄱ(60)씨에게 접근했다. 함께 스크린골프를 치거나 술을 마시며 친분을 쌓아나갔다. 50대 여성 4명도 동원해 ㄱ씨가 도중에 이탈하지 못하게 했다. 가까워지자 ㄱ씨에게 캄보디아에 골프 하러 가자고 제안했다. 캄보디아에 닿자 호텔 카지노로 데려가 따로 도박판을 벌였다. ㄱ씨는 사기도박인 ‘밑장 빼기’ 수법에 걸려 3억5000만원을 잃었다.
지난해 12월엔 경남에서 선박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ㅈ(55)씨가 공장을 22억원가량에 팔려고 내놓자 그에게 접근했다. 공장을 인수할 것처럼 속이고 50대 여성들을 동원해 술자리를 함께하며 환심을 샀다. 이들은 ㅈ씨도 캄보디아의 같은 카지노에 데려가 사기도박으로 6000만원을 뜯어냈다. 또 ‘캄보디아에 카지노를 갖고 있는데 수익이 엄청나다’고 ㅈ씨를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5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이들은 캄보디아 카지노의 지분은 단 1%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경찰이 관련 증거를 보여주기 전까진 자신들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이들의 범행 수법이 치밀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도한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이들은 총책, 유인책, 현지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사기 행각을 벌였다.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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