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년 방송)은 보조출연자 산업재해 역사의 전환점이 된 프로그램이다. 법원은 보조출연자 김아무개(34)씨가 이 시트콤 촬영장에서 부상당한 데 대해 첫 산재 인정 판결을 내리며 보조출연자의 노동자성 또한 처음으로 확인했다.
김씨는 2007년 6월 촬영 중 서울 한강의 용산 쪽 둔치에서 뛰어내리다 ‘양족부 종골 골절’을 입었다. 양쪽 발의 뒤꿈치뼈가 부러진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같은 해 9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요양승인을 거부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2008년 11월 “김씨가 촬영 현장에 일용직 형태로 고용돼 제작사 등의 요구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시간급 보수를 받는 근로자로 봄이 상당하다”며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했다.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 역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문화방송> 드라마 <선덕여왕>(2009년) 보조출연자의 산재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김아무개(49)씨는 2009년 4월 경기도 안성 세트장에서 1.2m 아래 배수로로 추락해 ‘우측 종골 골절’을 당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0년 12월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방송>(KBS) 드라마 <각시탈> 차량 사고 때 숨진 박희석씨가 산재 인정을 받은 지난해 10월1일부터, 근로복지공단은 소송 없이도 보조출연자들의 노동자성과 산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방송 역사 60년 만의 일이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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