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드라마 <동이>의 보조출연자들이 2010년 8월19일 경북 문경 촬영장의 소품 창고에서 밥을 먹고 있다.
엑스트라 쥐어짜는 드라마 왕국 ④ 밥그릇에 담긴 차별
한 드라마 촬영장에서 제공된 보조출연자 식사.
기획사 700원 떼고 5500원 책정
현장선 이 돈에서 또 몇백원 떼여 ‘4500원 도시락’ 불고기 빼고 맞추고
밥에 김치·김·단무지만 얹혀있기도
야식시간도 배우·스태프만의 것 기획사의 보조출연자 밥값 떼먹기는 오랜 관행이다. 제작사나 방송사로부터 기획사가 받아 보조출연자들에게 줘야 할 밥값 중 일부를 떼는 것을 전국보조출연자노조가 인정했을 정도다. 현재 지상파 방송3사가 용역 계약을 맺은 기획사에 주는 밥값은 보조출연자 1인당 6200원. 기획사는 이 가운데 700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떼고 5500원을 현금 또는 식사로 주기로 노조와 약속했다. 기획사는 밥값 말고도 출연료의 17%, 지역 출장 지원금과 교통비 등에서도 일정 수수료를 뗀다. 노조 관계자는 “기획사가 밥값에서 수수료를 떼지 않으면 운영이 어렵다고 사정해 임금·단체협약에서 인정했다. 떼고 남은 5500원 밥값이라도 꼭 보장하란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기획사가 수수료 700원을 떼고도 현장 반장 등은 또 다시 보조출연자들의 밥값에서 몇 백원씩 손을 댄다. “수십년간 지속된 밥값 착취를 기획사가 묵인한다. 방송국 피디는 알고 있는가.” “차라리 대도가 될지언정 벼룩의 간을 빼먹는 좀도둑이 되지 말거라.” “도시락 가격이 그대로 나와있는데 어찌 눈속임을 하는지 모르겠다.” 보조출연자들은 촬영장에서 식대 일부를 빼앗겼다며 부실한 밥 사진을 노조 누리집의 익명 게시판에 올리곤 한다. 2010년 6월29일 한 보조출연자가 게시판에 올린 도시락 사진을 <한겨레>가 확인해보니, ㅎ업체의 4500원짜리 도시락 메뉴에서 불고기를 빼고 맞춤 제작한 것이었다. 지난달 종영한 <한국방송>(KBS) 드라마 <칼과 꽃> 촬영 현장에서도 5000원짜리 도시락이 지급됐다. 충북 단양과 충남 부여 등지에서 촬영이 이뤄질 때 ㄱ기획사는 보조출연자들에게 ㅇ업체의 도시락을 점심으로 지급했다. <한겨레> 취재진이 ㅇ업체에 확인해 보니, 도시락은 임금·단체협약과 달리 5000원짜리였다. 이마저도 제작사가 ㅇ업체로부터 협찬받은 것이었다. ㅇ업체는 드라마에 자막 광고를 내는 대가로 보조출연자와 스태프들의 도시락 2000개 등을 협찬했다. ㄱ기획사는 이 사실을 전면 부인하다 뒤늦게 “뭐가 문제가 되느냐. 제작사로부터 밥값 대신 도시락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밥값 4500원까지 절충…영수증은 원하는 대로”
식당-기획사 ‘검은 거래’ 도시락집 “반장이 수수료도 요구” 지방 드라마 촬영장에선 기획사 반장과 식당 사이에 ‘수수료’와 ‘가짜 영수증’ 관행이 여전하다. 식당이 보조출연자들에게 저가 식단을 제공하면서 제값인 것처럼 기획사 쪽에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주는 식이다. 촬영장 인근에 있는 몇몇 식당들은 <한겨레> 취재진에 이런 내용을 실토했다. 경북 문경의 사극 촬영장 부근 ㅁ식당 주인은 “한때 보조출연자들의 식사를 담당했지만 기획사 반장들이 커미션을 요구하는데다 보조출연자들이 밥을 많이 먹어 타산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남 합천의 한 촬영장 근처에 있는 ㅎ식당 주인도 “지난해 <한국방송> 드라마 <각시탈> 촬영 당시 보조출연자 200명 이상이면 밥값을 5000원에 맞춰 줬다. 보통 기획사랑 계약할 때 영수증은 더 비싼 가격으로 끊어서 주는 걸로 한다. 보조출연자 100명 이상이면 4500원까지도 가격 절충이 가능하고 계약서는 원하는 대로 써 준다”고 말했다. 2009년 방영된 <문화방송>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 당시 한 도시락집 주인은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기획사의 수수료 요구를 폭로하며 ‘시장 골목 깡패 같은 짓’이라고 성토했다. “2009년 5월19일, 전화로 단가 5000원 도시락 340개를 주문받았습니다. (중략) 가락시장에서 340인분의 장을 보고 있는데, 도시락 비용도 지불하지 않은 상황에서 10%의 커미션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제가 거절하자 원래 주문대로 준비해달라고 하기에 전화를 끊었습니다. (중략) 새벽 4시30분께 반찬 준비를 마치고 용기에 담으려는 순간 벨이 울리는 것입니다. 자신의 윗상사가 커미션을 안 주는 업체는 주문을 모두 취소하라고 했다는 말을 전하였습니다.” 이 글이 주목받자 도시락을 주문한 ㅌ기획사는 340인분 도시락값을 뒤늦게 지급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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