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떡값 검사’ 이름 오른 건 인정
조준웅 전 특검 말 빌려 “혐의 없다”
의혹 해소하려면 수사기록 공개해야
조준웅 전 특검 말 빌려 “혐의 없다”
의혹 해소하려면 수사기록 공개해야
서울지검 북부지청 부장검사 시절 삼성그룹으로부터 상품권 등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황교안(56) 법무부 장관이 2008년 부실하게 이뤄진 삼성 비자금 사건 특검 수사 결과를 끌어다 자신의 의혹을 비껴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삼성 특검은 상품권 등을 줬다고 밝힌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도 없이 수사를 진행했다. 금품수수 사건의 핵심은 금품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전달했다는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을 증거관계로 따지는 것인데, 특검은 김 변호사가 당시 이런 진술을 하지 않아 의혹의 본질은 확인하지 못했다.
황 장관은 지난 7일 <한겨레>가 ‘삼성특검 황교안 떡값 수사 결론 안냈다’고 보도하자, 조준웅 전 특검의 말을 인용해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이날 저녁 해명 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조 전 특검은 “김 변호사의 진술로 특검에서 확인했던 전·현직 검찰 간부 십수명에 황 장관도 포함됐다. 다만 김 변호사가 오래된 일이고 기소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진술하지 않아 다른 증거들과 관련자들을 조사했으나 혐의를 인정할 수 없어 내사 종결했다. 상품권을 포함한 어떤 형태의 금품 수수 여부를 모두 조사했기 때문에 이번에 제기된 상품권 의혹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단 황 장관 스스로 ‘삼성 떡값 검사’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은 인정하면서도, 김 변호사의 진술이 없긴 했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조사한 결과 자신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조 전 특검의 말을 빌려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황 장관 금품수수 의혹 수사의 핵심은 공여자인 김 변호사의 진술이다. 김 변호사가 황 장관을 언제 어디서 만나, 어떤 방식으로 금품을 건넸는지 등에 대한 진술을 들은 뒤에 김 변호사 진술이 믿을 만한 것인지를 당시 정황과 증거관계에 비춰 살피고 당사자 및 대질 조사 등을 통해 규명하는 것이 기본적인 수사 방식이다. 상품권을 줄 때 제3자가 함께 있었다면 제3자를 불러 조사해야 한다.
황 장관은 ‘다른 증거’ ‘여러 관련자’ 등을 언급하며 특검에서 관련 의혹을 다 조사했다고 주장하지만, 김 변호사의 공여자 진술을 따져가는 방식 외에 다른 조사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빈총으로 사격연습하고 테스트 통과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장관이 특검 수사 결과로 자신의 의혹이 해소됐다고 주장하려면 자신과 관련된 특검의 수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수사기록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본인과 관련된 사건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는 전국 어느 검찰청에서나 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수수 사건에서 공여자 진술이 없는 수사가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가 안 간다. 사실상 피의자성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황 장관이 자신을 수사한 조 전 특검을 계속 전면에 내세워 대리전을 치르게 하는 모양새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전 특검과 황 장관은 서울지검 공안1부에서 부장검사와 평검사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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