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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벼룩의 간 빼먹는 ‘재하청 기획사’

등록 2013-10-09 19:49수정 2013-10-09 21:20

대형 기획사 임금 미루자
출연 다음날 돈 주는 대신
선이자로 10~15% 떼가
사고 땐 대처·책임 ‘구멍’
보조출연자들은 빈곤의 쳇바퀴를 돌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4~6월 보조출연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1%는 연 소득이 600만원 미만이었다. 급여도 적은 터에 임금을 최소 두 달 뒤에나 받을 수 있으니 보조출연자들은 빈곤한 삶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형편이다.

이런 점을 노린 소규모 기획사들도 있다. 방송사나 제작사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고 대형 기획사에 인력을 공급하는 ‘재하청 기획사’들이다. 이런 곳들은 일한 다음날 바로 임금을 주는 대신, 시급 5000원에서 선이자 명목으로 10~15%를 뗀다. 보조출연자들이 손에 쥐는 건 최저임금 4860원 이하 수준이다. 가난한 이들이 사채업자에게 선이자를 떼고 급전을 빌리듯, 보조출연자들 역시 출연료에서 선이자를 떼이며 ‘빈곤의 덫’에 걸려드는 것이다.

6개월 전 보조출연 업계에 뛰어든 ㄱ씨도 소규모의 재하청 기획사에 등록했다. “한 달에 100만원 벌어 고시원비 32만원과 휴대전화 비용을 내면 생활이 빠듯해요.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데 두 달 뒤에 나오는 월급은 우리에게 너무 잔인하죠.”

재하청 기획사의 또다른 문제점은, 사고 발생 때 대처 능력이 없는데다 이들의 원청이라 할 수 있는 대형 기획사 또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한국방송>(KBS) 드라마 <각시탈> 차량 전복사고로 숨진 보조출연자 박희석씨도 재하청인 ㅇ기획사 소속이었다. 당시 <각시탈> 제작사와 직접 보조출연자 공급 계약을 맺은 ㅌ기획사는 다시 ㅇ기획사와 인력공급 계약을 맺었다. ㅌ기획사는 박희석씨의 산재 여부를 다투는 과정에서 ‘박씨가 ㅇ기획사 소속이기 때문에 우리는 박씨의 사용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이 지난해 9월 박희석씨의 산업재해를 승인하면서 고용사업주를 ㅌ기획사로 인정해 사태는 일단락됐다.

소규모 재하청 기획사 9곳은 7월 ‘방송인력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 협동조합 관계자는 8월 <한겨레> 취재진에게 하도급 기획사임을 부인하며 “대형 기획사와 경쟁하는 원청회사”라고 소개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대형 기획사와 계약을 맺으며 재하청을 둘 수 없도록 ‘권리·의무의 양도·하도급 금지 조항’을 두고 있지만 감독은 소홀히 하고 있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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