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수입 2년간 103억 그치고
관리운영비로 210억 ‘적자 덫’
해수 유입돼 생태교란종 출현
관리운영비로 210억 ‘적자 덫’
해수 유입돼 생태교란종 출현
이명박 정부가 2조6000여억원을 들여 개통한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이 애초 우려됐던 대로 비경제성과 환경 파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한국수자원공사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병호·박상은 의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경인운하는 항만운영 수입이 거의 없는데도 관리운영비 등으로 해마다 수백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고질적인 적자 구조’를 안고 있다. 또 운하 건설 뒤 예전에 없던 물고기 수십종이 새로 발견돼 생태계 교란도 심각했다.
문병호 민주당 의원(인천 부평갑)이 최근 한국수자원공사한테서 받은 ‘경인아라뱃길 건설투자비 및 회수내역’을 보면, 수자원공사는 2009년부터 경인운하 건설에 사업비 2조6759억원을 투자했으나 지난해 5월 개통 뒤 16개월이 지난 9월 말 현재 8727억원만 회수돼 투자비용 대비 회수율이 32.6%에 그쳤다. 회수된 8727억원 가운데 6924억원은 물류단지의 60%를 분양해 얻은 것으로, 앞으론 운영 수입으로 1조원 이상을 벌어들여야 한다.
그런데 수자원공사의 항만운영 수입은 지난해 42억원, 올해 61억원 등 103억원에 그쳤다. 반면, 갑문과 주운수로 관리운영비는 수입의 2배가 넘는 210억원이 지출됐다. 정부는 경인운하 운영비 등으로 수자원공사에 연 900억원씩 2년 동안 1800억원을 이미 지원했다. 문 의원은 “정부와 수공은 경인운하 사업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인천 중구·동구·옹진군)이 수자원공사로부터 받은 ‘통합 사후환경영향조사’ 통보서를 보면, 경인운하 건설 뒤 인천갑문을 통해 해수가 유입됨에 따라 멸치, 빙어, 아귀 등 해양성 어류들과 대표적 생태교란종인 블루길 등 19종이 1년 사이 새롭게 출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참붕어, 살치 등 담수어류는 감소했다. 또 민물 유입으로 경인운하 인근에서 잡히던 젓새우와 밴댕이, 꽃게 등 어획량이 줄어 어민들의 피해도 크다. 주로 경인운하 인근 염화수로에서 조업하는 강화도 초지어촌계 어선들은 운하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 18만8600㎏의 젓새우를 잡았으나, 2010년 2만2200㎏, 2011년 1만3200㎏으로 어획량이 급감했다. 박 의원은 “아라뱃길 건설 후 엄청난 속도로 생태계 파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투자비 회수는 40년 동안 운영을 통해 하므로 지금이 적은 게 아니다. 생태계 문제는 좀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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