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기구는 ‘모양새 갖추기’였다
석재은 교수가 첫 제안자로 드러나
행복연금위는 국민연금 연계 반대
석재은 교수가 첫 제안자로 드러나
행복연금위는 국민연금 연계 반대
숱한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의 기초연금 최종안과 관련해 의견수렴 기능을 한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정부의 거수기였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이 제안되고 확정되기까지의 과정에 물음표가 너무 많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16일 <한겨레> 취재 결과, 국민연금 연계형 기초연금안을 처음 제안한 이는 행복연금위에 전문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인 것으로 확인됐다. 석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을 기초연금에 연계하는 안에 대해 일관된 입장이다. 자문위원 회의에서는 ‘세대간 이전’이라는 좀더 전문적인 부분을 소개하면서 국민연금 연계안을 설명했다. 어떤 정치적 입장보다는, 학자적 소신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들도 이날 “석 교수가 (국민연금연계안을)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이 맞다”고 확인했다. 석 교수는 보건사회연구원 노인복지팀장과 복지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통합 소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하지만 석 교수가 제안한 방안은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월30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기초연금 기본안과는 내용이 다르다. 석 교수가 말한 ‘세대간 이전’은 미래세대의 국민연금 부담을 줄여준다는 의미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받도록 한 정부 최종안과는 많이 다르다. 복지부 혹은 청와대에 국민연금 연계안을 밀어붙인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세간의 의혹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이런 의혹에 숨결을 불어넣는 또다른 근거는 석 교수가 속한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전문가자문회의는 정부안이 확정되는 과정에 아무런 의결권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석 교수의 제안 뒤 5월30일 열린 행복연금위 3차 회의 때 이런 안이 제안됐으나 이 자리에 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소비자시민모임·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6개 가입자단체 소속 대표자들은 즉각 반대의 뜻을 밝혔다는 사실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나머지 민간 위원 5명도 찬성 의사를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석 교수가 내놓은 ‘세대간 이전’이라는 방안도 국민연금과 연계되긴 하지만 정부안처럼 구체적인 것이 아니었다. 전문가가 구두로 제안한 의견을 정부가 전혀 내용이 다른 안으로 만들어 놓고, 복지부가 이제 와서 전문가 핑계를 대는 것은 밀실에서 작업해놓고 국민행복연금위를 들러리로 만든 전형적인 속임수다”라고 지적했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감에서 “9월3일께 복지부 출신의 박민수 청와대 행정관이 복지부를 직접 찾아와 국민연금과 연계안을 종용했고, 최원영 수석이 차관에게 전화를 해서 (연계안을) 받으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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