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과다출혈 방치’ 질타 쏟아져
김정석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7일 오전 서울 내자동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영등포역파출소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가 방치돼 사망(<한겨레> 9월27일치 12면)한 데 대해 “굉장히 책임감을 느낀다. 직원이 안이하게 상황을 인식한 것에 대해 유족과 주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저녁 8시10분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파출소에서 송아무개(55)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어깨를 다친 홍아무개(38)씨는 119 구급대가 도착한 저녁 8시21분까지 극심한 출혈 속에 방치됐다. 파출소에 있던 경찰관 6명 가운데 1~2명이 홍씨의 상처를 수건으로 감쌌을 뿐, 4명은 의자에 앉아 있거나 걸레로 바닥의 피를 닦았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15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사건 당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역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피해자 사망 원인이 과다출혈인데 5~10분만 빨리 병원에 도착했어도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주 새누리당 의원도 “경찰이 술 먹고 앉아있는 사람 대하듯이 (숨진 홍씨를) 조처하는 것을 보니 큰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간인이 경찰보다 낫겟다”고 비판했다.
김 청장은 “구급차가 금방 올 줄 알았는데 늦게 오고 압박 붕대가 없었다. 근본적으로 업무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홍씨의 유가족은 김 청장의 사과에 대해 “사건이 묻혀가고 있어 안타까웠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홍씨의 큰형(44)은 “경찰을 상대로 과실치사 혐의로 법적 대응하고 싶지만 증거인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사건 발생 뒤 유가족에게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보여주지 않다가 정보공개신청을 받아들여 뒤늦게 공개했지만 영상물 복사는 허락하지 않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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