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집 사장, 손배소송서 패소
“맛 유사해도 제조법 같다 못해”
“맛 유사해도 제조법 같다 못해”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장 홍이표)는 유명 곰탕집 사장 이아무개(58)씨가 ‘신라면 블랙’이 자사의 곰탕 제조비법을 도용했다며 농심을 상대로 낸 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서울 강남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곰탕집을 운영하는 이씨는 “2008년 농심이 곰탕국물 조리기법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싶다며 사업 제휴를 제안해 조리방법을 자세히 알려줬으나, 농심은 자사의 곰탕 조리방법을 이용해 2010년 뚝배기설렁탕과 2011년 신라면 블랙을 잇따라 출시했다”며 지난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한국음식조리인연합 상임대표 등 16명의 감정인에게 ‘신라면 블랙’과 ‘사리곰탕’ 등 농심 제품과 이씨네 곰탕 국물에 대한 맛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16명 가운데 12명이 ‘이씨네 곰탕에 라면수프와 소고기 채소 고명을 가미하면, 신라면 블랙은 사리곰탕보다 이씨네 곰탕 국물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한 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맛이나 빛깔, 향기가 같다고 동일 조리법을 썼다고 보기는 어렵고, 원료를 분석하더라도 제조방법을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의 곰탕 국물에 대한 연구를 한 점은 인정된다. 하지만 곰탕 국물 맛이 유사하다고 제조방법 역시 동일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농심의 제조설비가 우리나라 전통 가마솥을 현대적으로 개선한 장비가 아닌 수입 장비이며, 이씨네 곰탕처럼 저온숙성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 이씨가 낸 증거만으로는 농심이 비법을 도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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