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오른쪽)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기관 업무보고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과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오른쪽)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기관 업무보고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과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국정원 수사 전방위 외압] 국정원 막가는 수사 방해 행태
변호사가 ‘고발’ 경고…검찰에 ‘진술거부’ 공문전달 요구
직원 명단 제출 거부에 “글올린 ID, 직원 아니다” 거짓말
수색땐 “지정석 없다” 비협조…노트북 암호도 안풀어줘
변호사가 ‘고발’ 경고…검찰에 ‘진술거부’ 공문전달 요구
직원 명단 제출 거부에 “글올린 ID, 직원 아니다” 거짓말
수색땐 “지정석 없다” 비협조…노트북 암호도 안풀어줘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을 밝히려는 검찰 수사팀에 맞서 국정원이 벌인 수사 방해 행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선거·정치개입 트위터 글을 올린 국정원 직원에 대한 검찰의 신원 확인 요청에 ‘국정원 직원이 아니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이 직접 이 직원들에게 ‘검찰에서 진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에서 최근 경질된 윤석열(53) 여주지청장은 21일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지난 17일 (트위터 선거 개입 활동을 한)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해 조사하던 중 국정원 변호사들이 옆에 앉아서 ‘진술하면 고발될 수 있다’며 원장의 진술불허 지시를 반복해서 주입했다”고 말했다. 윤 전 팀장은 “국정원 직원을 체포해 왔을 때 남재준 국정원장이 사람을 보내 ‘직원들에게 진술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낼 테니 전달해달라’고 했느냐”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들었다. 하지만 이건 (직권남용이라는) 범죄가 될 수도 있는데 그걸 (검찰이) 어떻게 전달하느냐, 하려면 변호인이 와서 이들에게 직접 전달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직원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진술하려면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국정원장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거나 군사·외교·대북관계 등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가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의 공판에서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도 “국정원은 트위터 계정 확인 요청에 불응하는 등 비협조로 일관했다. 수사팀이 지난한 추적을 거쳐 어렵게 사용자 계정을 밝혔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국정원 직원의 명단도 받지 못했다. 윤 전 팀장은 “국정원에 대북심리전단 직원들 배치표를 달라고 했는데 지금까지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수사 대상자가 국정원 직원인지 ‘추정’만 가지고 수사를 진행했다. 국정원 직원인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체포 전에 통지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트위터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국정원이 거짓말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윤 전 팀장은 “트위터 아이디 중 ‘누들누들’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의심이 들어 예전에 국정원 쪽에 ‘직원이 맞느냐’고 물었는데 ‘아니다’라고 답을 해와 국정원 직원으로 단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과정에서 ‘누들누들’은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의 수사 방해 행태는 공판 과정에서도 일부 드러난 바 있다. 지난 8월26일 열린 원 전 원장의 공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지난 4월30일 국정원 압수수색 결과 보고를 보면, 검찰이 국정원 심리전단 사무실 2502호에 들어가자 국정원 쪽은 “심리전단 사무실은 지정된 자리가 없다”고 둘러댔다. 개인 업무 자료는 전혀 없었고 검정 파일철로 된 심리전단 업무 관련 자료만 극히 일부 남아 있었다. 이마저도 핵심 부분은 ○○○으로 처리하거나 지워져 있었다.
검찰은 또 암호가 걸린 국정원 직원들의 노트북 암호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검찰은 심리전단 사무실에 비치된 자료가 빈약하자 증거 파기 및 비협조에 대해 항의하고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국정원은 ‘국가기밀이거나 폐기해서 제출할 수 없다’며 맞섰다. 국정원은 ‘공무상 비밀’이라며 메인 컴퓨터 서버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검찰은 “정보기관의 특성을 감안해 국정원 직원 입회하에 사건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 자료를 확보하려고 했으나, 접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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