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변호사
70년대 납북어부 간첩 사건 재판서 패소
가혹행위 주장했으나 증거로 채택 안돼
35년 만에 재심 참여해 무죄 판결 이끌어
“처음부터 무죄 받아야 했는데 미안할 뿐”
가혹행위 주장했으나 증거로 채택 안돼
35년 만에 재심 참여해 무죄 판결 이끌어
“처음부터 무죄 받아야 했는데 미안할 뿐”
“무죄를 받아야 했는데, 실력없는 변호사를 만나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미안할 뿐입니다.”
70년대 납북어부 간첩 혐의 사건의 변론을 맡아 패소했던 변호사가 35년 만에 다시 재심 변론을 맡아 무죄를 이끌어냈다.
법무법인 율곡 이관형(76)변호사는 24일 납북어부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박아무개(77)씨가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의 인연은 1978년 8월 이씨가 간첩 혐의로 기소된 박씨 사건을 맡으면서부터 시작됐다. 박씨는 1968년 10월30일 동료 어부 7명과 함께 강원도 고성 대진항을 출항해 동해상에서 명태를 잡다 북한 경비정에 납북됐다. 그는 북한에서 수용생활을 하다 1969년 5월29일 귀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1978년 7월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된 뒤 22일간 구속영장도 없이 구금 상태로 조사를 받고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하는 등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박씨를 위한 변론에 나서 경찰이 구타·가혹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수차례 했지만,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해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결국 박씨는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박씨는 2011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도움으로 재심 기회를 얻었다. 박씨는 다시 이씨를 찾아가 변론을 부탁했다. 이씨는 “박씨의 부탁을 받고 당시 무죄를 밝히지 못한 자책 때문에 처음엔 거절했다. 변론을 고심하다 서울의 한 변호사가 이미 변론을 맡고 있다는 얘길 듣고 보조 역할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임료도 일체 받지 않았다.
이관형 변호사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마음을 졸였는데 무죄를 받아 큰 짐을 벗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고법 춘천 형사1부(재판장 오석준)는 간첩 등의 혐의로 기소돼 7년을 복역한 박아무개(77)씨가 청구한 재심사건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24일 밝혔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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