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맹점주 25% “계약 불평등”
서울에서 화장품 가맹점을 운영하는 ㄱ씨는 최근 낭패를 봤다. 본사 위탁 매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해달라고 했지만, 판촉물과 상품권 구매만 강요당했다는 것이다. ㄱ씨는 계약 해지도 생각했지만 권리금을 되받을 수 없어 어쩌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화장품업계에서도 본사의 이른바 ‘갑질’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8월부터 화장품 가맹점 94곳의 업주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가맹점주 4명 가운데 1명은 “본사와의 계약조항이 불평등하다”고 답했다고 29일 밝혔다.
94곳 가운데 16곳(17.0%)의 업주는 ‘본사가 판매 목표를 설정한 뒤 달성을 강요했다’고 답했다. 재판매 매장 81곳 가운데 13곳(16.0%)은 ‘본사로부터 원하지 않는 제품 구매를 강요받았다’고 답했다. 일부 화장품업체는 주문 취소나 반품도 거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량 밀어내기식 판매 관행이 여전한 것이다. 업주 20%는 ‘판촉 행사 비용을 과도하게 떠안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대형마트·백화점 등에 입점한 가맹점은 ‘상품권을 구입하도록 강요당했다’고 했다.
특히 계약 조항 가운데 가맹 해지 조항이 문제가 있다고 호소하는 업주가 많았다. 일부 업체는 복장 준수 의무 위반이나 근무 인원 현황 미통지처럼 사소한 사안으로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대한가맹거래사협회 쪽은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때 가입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계약한 업체도 있었다. 이는 법원 판결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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