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마야학교를 돕기 위해 자신이 그린 엽서 전시회를 마련한 홍익대생 김지수씨가 지난달 29일 전시장인 이리카페(서울 상수동)에서 활짝 웃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미술 재능기부 한 대학생 김지수씨
네팔 무료 사립학교 ‘마야학교’서
아이들에 미술 가르치며 감동 얻어
함께 그린 엽서들로 서울서 전시회
수익금은 학교재정 위해 쓰일 예정
네팔 무료 사립학교 ‘마야학교’서
아이들에 미술 가르치며 감동 얻어
함께 그린 엽서들로 서울서 전시회
수익금은 학교재정 위해 쓰일 예정
“네팔의 마야학교는 모두가 함께 자라나는 공간이에요. 제가 봉사활동을 했다기보다 그곳 아이들과 자연이 제게 감동을 주었으니까요.”
네팔의 유일한 무료 사립학교인 ‘마야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친 홍익대 미대생 김지수(21·여)씨는 그곳에서의 경험을 ‘봉사’가 아닌 ‘관계 맺기’라고 정의했다. 최근 <한겨레> 취재진과 만난 김씨는 3월과 5월 두차례 네팔을 찾은 데 이어 올겨울에도 친구 두 명과 마야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날 예정이다.
김씨가 지인의 소개로 마야학교를 처음 찾은 건 지난 3월이었다. 그는 타나훈 지역에 있는 마야학교에서 3주 동안 머물며 네팔어로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마얀’이 되어갔다. 김씨는 한국의 학원이나 강의실에서 가르치지 않은 미술을 네팔의 아이들과 공유했다. 아이들과 운동장에 커다란 나무를 그리고, 주변에서 모아 온 나뭇잎으로 앙상했던 나무를 풍성하게 채웠다. “학교 옥상에 올라가 우리들만의 나무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자연을 느꼈어요.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마야학교는 한국인과 현지인이 함께 세운 학교다. 인도의 국제고등학교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학생이던 한국인 윤신철(23)씨와 만질 라나(24)씨는 2007년 우연히 네팔을 여행하다 ‘무료학교’를 세우기로 결심했다. 당시 네팔은 혁명으로 왕정이 끝났지만 여전히 혼란에 빠진 사회였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고 손수 교실을 지어 2010년 타나훈에 마야학교를 세웠다. 공립학교 환경이 좋지 않은 네팔에서 교육의 질이 높으면서도 무료인 마야학교의 인기는 점점 높아졌다. 4~11살 학생을 4개 학년으로 나눠 가르치는 마야학교 등록 인원은 현재 150명이다.
김씨는 마야학교에서 세계 각국의 자원봉사자들과 친구가 됐다. “프랑스에서 온 연극배우 시몬과 코랄리는 아이들과 연극 두편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쑥스러워했지만 1~2주 지나면서 능동적으로 변하는 게 보였어요. 생텍쥐페리가 쓴 소설 <어린 왕자>로 연극을 만들기도 하고, 동물 흉내 내는 역할극을 하기도 했어요. 네덜란드 친구는 미술을 가르쳤는데 한국인인 저와는 다른 감성을 지니고 있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김씨는 네팔을 ‘가난한 나라’라고만 여기지 않는다. 함께 일하고 서로 돕는 문화가 있는 네팔에서 돈은 행복의 절대조건이 아니다. 마야학교 또한 학부모들이 함께 노동한 결과로 재정을 채운다. “학부모는 수업료 대신 한 달에 두 번 학교 일을 도와요. 학교 안에 있는 농장에서 염소와 돼지를 키우고 텃밭을 가꾸죠. 함께 대나무를 엮어 교실을 짓기도 해요.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가족이나 지역 사회에 도움을 주라고 당부합니다. 인성 교육도 작은 것부터 시작하죠. ‘해외 일터에 계신 아버지에게 전화해 그 나라 말로 사랑한다고 말하기’ 또는 ‘어머니 돕기’를 숙제로 내는 방식이에요.”
그도 단체나 기업의 재정 지원을 삼가는 마야학교를 위해 작은 전시회를 마련했다. 김씨가 마야학교 아이들과 네팔의 지역 주민을 그린 엽서 전시회는 7일까지 서울 상수동 이리카페(02-323-7861)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수익금은 마야학교 아이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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