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수(32·독어독문학과)씨
학과 통폐합 맞서 징계당한 학생
중앙대 학칙상 출마 못하자 소송
항소심 “총학에 자격결정권 있어”
소송 자체 부적합하다 판단 ‘각하’
중앙대 학칙상 출마 못하자 소송
항소심 “총학에 자격결정권 있어”
소송 자체 부적합하다 판단 ‘각하’
“모든 학칙에 법적으로 시비를 걸 순 없죠. 상징적인 하나의 학칙에 문제제기 해서 대학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었습니다.”
중앙대 4학년 노영수(32·독어독문학과·사진)씨는 지난 7일, 학교와의 법적 다툼에 마침표를 찍었다. 노씨는 지난해 9월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다 ‘징계 전력이 있는 학생은 피선거권이 없다’는 학칙을 알게 됐다. 앞서 학교 쪽의 학과 구조조정에 대항하다 정학을 받았던 노씨는 같은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중앙대 학교법인을 상대로 ‘총학생회선거 후보자격 확인’ 소송을 냈다.
“선거에 출마하려던 이유는 두산재단의 일방적이고 기업화한 대학 운영방식에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학생들과 자유롭게 얘기를 나눈 뒤 학생들의 판단을 구하고 싶어서였어요.”
노씨는 2009년 진중권 당시 독문과 교수의 해임 결정에 반대하면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저도 토익 특강을 듣고 취업을 준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진 교수 해임 결정을 듣고 ‘대학 상업화’를 고민하게 됐죠 다양성이 필요한 인문계열을 축소하고 상경계만 확대하는 게 기업 마인드 아닌가요?”
2010년 노씨는 자신이 속한 독문과가 학과 구조조정 대상이 되자 반대 시위에 나섰는데, 학교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등의 이유로 퇴학 통보를 받았다. 이후 법정 다툼 끝에 ‘퇴학 처분 무효’ 결정을 받아냈지만, 복귀한 노씨에게 중앙대는 유기정학 1년2개월을 내려 ‘징계 전력’을 남겼다.
노씨는 “학생자치기구인 총학 선거에서조차 목소리를 낼 기회를 잃는다는 건 대학 기업화 문제를 떠나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운신의 폭도 주지 않는 처사라고 봤다”고 말했다.
‘총학선거 후보자격 확인’ 소송에서 노씨는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심에서야 원하던 결과를 얻어냈다. 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배기열)는 중앙대 학교법인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소 각하 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가 부적합하다는 결론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판결에 담긴 의미다. 재판부는 “총학생회 후보자 출마자격은 총학생회에서 결정할 문제다. 총학생회는 학교와는 별개의 학생자치단체로서 선거를 직접 주관하므로 학교에서 회장 선거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총학생회는 이와 무관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가 총학생회장의 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는 법원의 해석을 받아낸 것이다. 노씨를 대리한 박주민 변호사는 “지금까지 대학을 상대로 학생회장 출마자격 확인 소송을 낸 전례가 없다. 이번 판결이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미향 김효실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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